지난 금요일에는 주헌씨와 정근씨 용돈이 떨어졌을까 걱정이 되어서 대성씨와 병원에 병문안을 갔었습니다 정근씨는 외상 650원이고 주헌씨는 1500원이나 남아있습니다 간식도 한보따리 나눠드렸습니다 그런데 반가워하는 눈치가 아닙니다 베로니카가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베로니카의 옷가게가 쉬는 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근씨와 주헌씨 병문안을 가겠다고 합니다 오후 2시 반에 모시고 가기로 했습니다.

베로니카가 차에 타는데 구수한 통닭냄새가 진동합니다 인천에서 제일 맛있는 인현통닭 전기구이 입니다 그런데 베로니카가 제일 싫어하는 냄새입니다 육류는 질색입니다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헌씨와 정근씨가 좋아하는 통닭을 준비했습니다 병원 근처에서 치아가 부실한 민들레 식구들이 좋아할 간식거리를 또 마련했습니다

4층 알콜 병동에 올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다시 쇠창살로 가로막혔습니다 간호사가 문을 열어주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면회실에 가서 잠시 기다리니 정근씨가 부루퉁한 얼굴로 들어옵니다 치과에 가서 치아도 빼야하는데 간호사가 데리고 가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속이 아파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고 투정합니다 지난 번에 치과에 간다고 외출해서는 이슬을 두 병이나 마시고 들어온 적이 있어서 그런데도 말입니다 위염이 아주 심한데도 죽어도 이슬을 마신다고 속을 다 버려놓고도 나가면 술을 또 먹으려고 입맛을 다십니다.

주헌씨는 조금 늦게 왔습니다 얼굴이 아주 편안합니다 술은 자기가 스스로 끊어야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번에 입원하기 직전에 한 말과 비슷합니다 이제야 스스로 자각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설 지나고 추위가 지나면 2월말이나 삼월초에 퇴원하자고 달래었습니다.

얼마나 퇴원하고 싶을까요 정근씨도 주헌씨도 자신이 원하면 다른 사람과 달리 언제든지 퇴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보호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입원했기에 스스로 원하면 퇴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의견을 물어봅니다

설 지나고 다시 면회오겠다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매점에 가서 용돈도 조금 더 넣어주었습니다 베로니카를 옷가게에 내려 드리고 민들레국수집에 가서 대성씨와 함께 국수집에 필요한 전기밥솥과 필요한 것들을 사러 이마트에 갔습니다.

얼마 전부터 민들레국수집에는 전기밥솥이 세 개가 교대로 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두 개의 밥솥이 수명이 다 되었는지 밥이 설익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교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성씨가 손수레를 끌면서 장난을 칩니다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우리 손님들이 쓸 냅킨을 샀습니다 이마트에만 파는 것 같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것은 품질이 좋지 않아서 마음이 가질 않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품위있게 좀 아끼면서 냅킨을 썼으면 참 좋겠습니다 돼지불고기를 재울 때 쓸 물엿과 설탕도 샀습니다 커피믹스는 큰 것 두 통을 샀습니다 하나는 국수집에서 쓰고 하나는 정육점 재호씨네에가져다 놓을 것입니다 쿠쿠 전기밥솥을 두 개를 장만했습니다 계산을 한 후에 대성씨와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해물 된장찌게와 꽁치 김치찌게입니다 대성씨는 이런 곳에서 밥을 먹어보는 것이 처음이라면서 해물 된장찌게를 맛있게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