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을 후원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께 세배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 첫손님은 서울에서 오셨습니다 콩나물을 사고 오면서 만났습니다 들어가시자고 하니까 아직 열 시가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시자고 했습니다

오늘은 닭볶음탕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들었습니다 국그릇에 한 그릇씩 담아드렸습니다 참 맛있게 드십니다 더 달라시는 분에게는 더 드렸습니다 그리고 손님들께 계속 말씀을 드립니다 설 당일만 문을 열지 않고요 수요일과 금요일, 토요일과 일요일 계속 문을 엽니다 굶지 마시고 오세요.

오전에 손님 한 분이 안경을 깨어지고 얼굴을 다쳐서 피가 흘러 굳어버린 처참한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며칠 전에 국이 미지근하다면서 투정을 하던 사람입니다 고소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눈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아주 작은 일에도 공격적입니다 영식씨처럼국이 미지근하다느니하면서 따지다가는 비참하게 얻어맞기가 일쑤입니다 그런데 술에 취하면 두려운 게 없는 모양입니다.

콩나물을 두 상자를 샀습니다 그런데 생선좌판 아주머니께서 부르십니다무 1 자루를 선물해 주십니다 익힌 무나물을 만들면 우리 손님들이 참 좋아할 것입니다.

내년에야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지언이가 예쁜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림도 직접 아기자기하게 그렸습니다 글씨도 참 예쁘게 잘 썼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민들레국수집 행복하시고 올해도 상쾌한 축복받으세요 감사해요."

서울에서 온 손님입니다 언제부터 노숙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스무살때부터니까 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결혼이나 동거라도 했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누구 인생 망치려고요!" 펄쩍 뜁니다 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도소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처럼 욕심없이 살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술도 드시지 않습니다 담배는 있으면 피우고 없으면 말고라고 합니다 밥도 알맞게 드십니다

어제 저녁에 대성씨가 새로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된 종현씨 집에 다녀왔습니다 종현씨가 일해서 번 돈으로 조금씩 살림살이도 마련하고 있고 방도 따뜻하게 하고잘 있다고 합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좀 더 있다가 집들이도 할 것이라고 합니다 종현씨는 아무래도 자립할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듭니다.

재호씨가 엉망으로 취해서 왔습니다 어제까지는 리어카를 끌면서 고물을 잘 줍고 있었는데 그만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술을 참는 것을 한 달 버티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밥을 먹다가 욕을 잘 합니다 천원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천원을 드렸더니 백원을 더 달라고합니다 동네 술값이 천백원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오천원을 빌려달라는 분에게 빌려줄 수 없습니다 그냥 드리겠습니다 하면서 드렸습니다 우리 손님께 몇천원을 빌려드리면 많은 경우에 밥을 드시러 오시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오천원을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