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인데도 밥을 굶는 사람이 많다는 놀라운 사실!

2월 6일(설 전날)에도 민들레국수집을 열었습니다.

영환씨가 설을 보내기 위해서 돈을 조금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삼만 원을 빌려드렸습니다 영환씨는 서른 중반인데 간질 증상이 있습니다 힘든 일은 못하고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막노동을 나가면서 겨우겨우 살아갑니다 오후에 오징어 짬뽕 컵라면을 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가다가 길에서 저를 만났습니다 당황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괜찮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요.

명현씨가 식사하러 왔는데 대성씨가 옷을 갈아입지 않아서 그런지 냄새가 심하다고 합니다 제가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 주었습니다 제 걱정을 하면서 옷을 가져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 옷이 아니고 손님들 나눠드릴 옷인데 조금 추워서 한 시간 동안만 입었던 것이니까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고맙다면서 가져갑니다.

설 전날인데 생각보다는 우리 손님들이 많이 오시지 않았습니다 아마 연휴니까 당연히 쉬고 있겠지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오후 늦게 우리 손님들께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열 명 정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천 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제일 부자고요 삼백 원이 있다는 사람이 있었고 한 푼도 없는 사람이 여덟 명이나 되었습니다 새로나온 10원짜리 동전이 두 개 있어서 드렸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10원이 있다고 하자고 했습니다.

아녜스 수녀님께서 일찍 오셨습니다 호박전과 동태전을 하루 종일 부치셨습니다 손님들께 조금씩 나눠드렸는데도 그 많던 동태전과 호박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반찬이 열 가지가 넘었었는데도요 돼지 불고기를 사양하는 우리 손님들도 계셨습니다 처음으로...

떡국 끓일 준비도 안된 몇 집이 있어서 떡국을 나눠드렸습니다 그리고 내일 민들레 식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먹을 음식 준비를 위해서 베로니카 가게를 일찍 닫고 베로니카와 모니카와 함께 이 마트로 갔습니다 충동 구매를 하지 않기 위해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장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2월 7일 (설날)

조금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시금치와 숙주를 끓는 물에 데친 다음에 시금치 나물을 무치고, 숙주나물도 무쳐놓고, 무나물도 만들고, 고사리나물과 잡채도 준비해 놓고요 민들레 식구들이 좋아할 쇠고기국을 끓이고 밥은 콩을 넣고 지었습니다 어느 정도 상을 차려 놓은 다음에 베로니카와 함께 자리에 앉아 모니카의 세배를 받았습니다.

열두 시 쯤에 기성씨와 성욱씨 그리고 선호씨가 왔고요 대성씨는 걸어서 오느라고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대성씨가 사랑밭이라는 경로식당을 들렀는데설날인데도 점심을 제공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노인들이 설날인데도 밥먹으러 온 사람이 참 많았다고 합니다 동인천 지하도에서는 우리 손님들 몇이 술판을 벌리고 있기도 하다고 하고요.

빙 둘러서서 동시에 세배를 했습니다 베로니카께서 세뱃돈도 나눠드렸습니다.

먼저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마지막에 밥을 먹자고 했습니다 우리 민들레 식구들이 밥과 국과 함께 음식을 차려 놓으면 반찬을 거의 먹지 않고 밥으로만 배를 채워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대성씨는 술을 끊으니까 떡이 맛잇다고 합니다 떡을 싸 드렸습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에는 잡채와 반찬들을 싸 주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정근씨와 주헌씨도 오면 참 좋았을텐데...

민들레 식구들이 떠나고 모니카는 설거지를 하고요 베로니카는 방을 쓸고 닦고 하고요 저는 낮잠을 한 숨 잤습니다.

오후 네 시에 모니카는 외출하고 저와 베로니카는 강아지 민들레를 데리고 영종도로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바다도 보고 선녀바위 근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요 여섯 시에 집에 도착해서 베로니카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일 민들레 국수집 문을 열기 위해서 미리 푹 좀 쉬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