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월)

아침부터 손님들이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민들레국수집 문을 닫는 오후 다섯 시까지 자리가 비워진 적이 없었습니다 전기밥솥이 세 개나 준비되어 밥을 했기에 망정이지 쌀을 씻느라 바빴습니다

연안부두 어시장에서 고생하시는 자매님이 생선과 귀한 새우를 몇 상자나 보내주셨습니다 나물집에서 두부와 어묵을 보내주셔서 반찬만들기가 풍성했습니다.

주민센터에 갔습니다 사랑의 뒤주가 있는데 쌀이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20킬로 열 포를 나눠드렸습니다.

동윤씨가 얼굴이 퉁퉁 부어서 왔습니다 왜 얼굴이 부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추위에 얼굴이 부었다고 합니다 쌀과 라면을 나눠주었습니다 간석동 근처에서 쪽방 하나 얻어서 불도 못 떼고 그냥 산다고 합니다.

오후부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2월 12일(화)

교회 옆에서 노숙하는 친구가 이 추위에 어찌되었나 걱정이 됩니다 가 보았더니 엉거주춤 서 있고, 그 친구의 잠자리에는 다른 손님 두 명이 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습니다 소주 병이 몇 병 있습니다 취하기도 했고 추위에 얼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방 하나 얻어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그 옆에는 또 한 손님이 햇빛을 쪼이고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데 여인숙에서 쫓겨났습니다 주소가 없으면 돈을 받지 못하니 큰일입니다 여인숙에 혼자 조용히 있어야 버틸 수 있는데 술 때문에 친구들이 찾아오니 쫓겨났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조금 덜 손님이 왔습니다 오후 시까지는 빈 틈이 없다가 그 후로 약간 여유가 있었습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의 선호씨가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대성씨가 이야기했습니다 마침 경유 자동차를 엘피지로 바꾸는 데 정부지원금이 있다고 합니다 엘피지로 바꿔야 하는 1통 트럭 등등을 차량번호와 전화번호를 적어서 사무실에 내면 1대당 5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아르바이트 제안입니다 선호씨에게 연락을 해서 국수집으로 오게 했습니다 편안히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하는 아르바이트면 좋은데... 중얼거립니다 이틀 후까지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잠깐 동안 다섯 개의 차량번호와 전화번호를 주변을 돌아다니며 적어왔습니다.

대성씨와 성욱씨 그리고 선호씨와 저녁으로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옥련동까지 태워드렸습니다.

2월 1일(수)

오늘도 매섭게 춥습니다 설 황금연휴 동안 계속 민들레국수집을 열었습니다 저도 대성씨도 성욱씨도 많이 지친 것 같습니다 손님들을 맞으면서 짜증이 나려고 합니다

서울에서 오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서울에서 오시는 손님들과 트러블이 조금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된 서울에서의 식사와 좁은 공간에서 자신이 노출되어버리는 민들레국수집이 다른 것에 당황하기도 합니다.

줄을 서지 않고 순서도 없이 먹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참을 설명해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음식을 접시에 담아서 몇 번이라도 드실 수 있다고 해도 욕심을 부립니다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도 부담스러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