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믿음의 핵심은 보잘것없고 별 볼일도 없는 나를 하느님께서 소중한 존재로 만들어주셨다는 사실을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생활이란 하느님 때문에 소중한 나를 소중하게 가꾸어 가는 것입니다.

인천의 동인천역에서 화도진 공원 쪽으로 800미터 정도 떨어진 골목길에 있는 민들레국수집은 우리나라 최초의 달동네 지역에 있습니다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 바닷가 근처인 인천에는 군수공장이 많이 세워졌습니다 땅을 빼앗긴 가난한 농민들이 품을 팔려고 군수공장 근처로 몰려들면서 달동네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육이오 전쟁을 겪으면서 피난민들도 몰려들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근처에는 조그만 집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두세 평짜리 집에서 일곱 여덟 가족이 살아가는 집들이 많았습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들이 서너 평짜리 작은 집에서 삽니다 그러면서도 큰집이라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어제도 민들레국수집에는 누군지 모르지만 초복에 손님들에게 닭이라도 대접하라면서 닭을 백이십 마리나 내려놓고 가셨습니다 몇 년 째 민들레국수집에 필요한 고춧가루를 가져다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쌀을 누군가 놓고 가십니다 이름도 밝히지 않고 전국에서 택배로 쌀이 배달되기도 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만 밝힌 아기 엄마께서 발행날짜가 이년이 훨씬 넘은 백만 원 권 수표를 주셨습니다 몇 년 후에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껴서 간직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이 보살펴주셔서 두 아이도 잘 자라고 있고, 남편도 직장 잘 다닌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앞으로 있을 일을 걱정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이 하느님께 미안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 있을 동안만 설거지라도 하러 와도 되는지 물어봅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살면서도 끊임없이 미래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더 챙기면서 정작 필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끊임없이 몰려옵니다 장마철과 겨울철에는 항상 손님들이 늘어납니다.

새벽 다섯 시 십 분에 인력시장에 나갔는데 공쳤다고 합니다 나온 사람의 삼분의 일 정도가 겨우 일거리를 얻는다고 합니다 며칠 째 막노동이라도 일을 못하면 우리 손님들은 어쩔 수 없이 주린 배를 움켜잡고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수중에 얼마 있는지 물어보면 천원, 삼백 원 아니면 한 푼도 없다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일흔 네 살인 명자할머니는 장애가 있는 딸과 함께 삽니다 딸은 일급 장애인이라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지만 명자할머니는 조그만 집이 있어서 수급자가 될 수 없습니다 방 한 칸을 세를 주었는데 몇 달째 세도 내지 않고 그냥 나가달라고 사정해도 나가지 않는답니다 방세를 받아서 전기료도 내고 수도료도 내고 겨우겨우 사는데 막막하기만 하답니다 집에 있으면 울화가 치밀어 밥을 먹을 수도 없다고 합니다 국수집에 오셔서 그나마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일흔 여덟 살인 화자 할머니는 거의 이십여 년을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 병수발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니 너무 허전하시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치아가 없으셔서 반드시 가위는 가지고 다니시는데 오늘은 가위를 깜빡했다고 합니다 며칠 아팠더니 정신이 거물거린다고 합니다 가위를 빌려드렸습니다 아주 천천히 가위로 반찬을 잘게 잘라서 잘 드십니다 십킬로그람 쌀을 한 포 드렸습니다 배낭에 담아서 가져가십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인 상길(가명)씨가 두 번째 월급을 탔습니다 베로니카께 오만 원을 내밀었다가 혼이 났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번 돈인데 그렇게 막 쓰면 안 된다고 혼이 나고도 싱글벙글 입니다 이번 달에는 백만 원을 저금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이어서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 밀린 빨래 챙겨들고 가면서 인사하러 왔습니다.

준덕(가명)씨와 재욱(가명)씨도 오늘 밀린 빨래하러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갑니다 두 사람은 같은 직장에서 같은 날짜에 짝이 되어서 경비 근무를 합니다 입양해 간 다롱이(까만 푸들)가 어찌나 활달하게 노는지 아기 키우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고 합니다

민들레 꿈 공부방 제1회 작품전시회가 어제부터 내일까지 열립니다 공부방 아이들이 뿌듯해 합니다 제일하기 싫어하던 서원이도 자기 작품을 자랑하느라 신이 났습니다 다음번에는 열심히 잘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김밥과 찰떡 그리고 요구르트와 음료수, 수박화채와 채소 샐러드를 내었습니다 아이들이 비가 오는데도 너무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