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목) 민들레국수집 쉬는 날입니다.

오전에 쌀을 열다섯 포 실어왔습니다 대성씨가 쉬는 날이 더 심심하다고 합니다 쌀을 창고에 옮겨놓고, 한 달에 한 번은 가야하는 병원에 갔습니다 혈압 120-90이고요 혈당은 114가 나왔습니다 혈당을 재기 전에 인스턴트 커피 반 잔을 마신 영향이 있다고 하더군요 당뇨가 아니어서 참 기분이 좋습니다 혈압약은 한 알씩 매일 먹고 있습니다 이발소에 가서 머리 손질을 하고 12시에 온다고 한 안드레아 형제를 기다렸습니다 차가 막혀서 조금 늦는다고 합니다.

안드레아 형제가 부인과 함께 조그만 트럭을 타고 왔습니다 새벽 두 시까지 만두와 순대를 팔다가, 졸업식 하는 학교에 가서 꽃을 팔다가 출발했는데 길이 많이 막혔다고 합니다

대성씨와 안드레아 형제 부부와 함께 밴댕이 회 덮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밴댕이 구이도 한 접시 주문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수도가 겨울 추위로 터졌습니다 수도가 터졌는지, 보일러 관이 터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름 보일러는 작동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층에서 수도만 연결해서 화장실의 변기와 세탁기만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2월 15일(금)

점심 무렵에 대성씨와 함께 기성씨에게 보낼 물건을 싣고 일산으로 갔습니다 물류회사에 갔더니 기성씨는 컨테이너에서 짐을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열심히 잘 한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습니다 사장님의 배려로 기성씨를 데리고 나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2월 16일(토)

춥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설 연휴 동안 계속 국수집 문을 열었더니 착각을 하셨나봅니다 이젠 민들레국수집이 쉬는 날 없이 계속 문을 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줄 알고 국수집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으니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서울에서 오신 손님들, 정말 미안합니다.

참 많이 오십니다 끝 무렵에 밥이 충분히 될 것 같았는데 갑자기 많이 몰려서 떡국을 끓여서 손님들 대접을 하게 되었습니다.

명옥 아주머니가 식사하러 왔습니다 깨끗하게 손질한 전기밥솥과 쌀을 한 포 드렸습니다

아오스딩 형제님이 일찍 오셔서 설거지 해 주셨고요 용현동 성당 예수살이 (아모스 두레) 세 분이 오셔서 설거지를 아주 열심히 해 주셨습니다 손님이 많이 는 것을 실감했을 것입니다 바닥에 물이 흥건해도 우리 대성씨가 여유있게 받아주십니다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안지명 님께서 설거지하러 오셨고요.

도목사님께서 귀한 선물 해 주셨습니다.

아가다자매님과 송림동 성당 한마음회에서 쌀 나눔을 해 주셨습니다.

2월 17일(일)

아침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속 상했습니다 남대문에서 노숙자들이 고기 구워먹었다고 비난합니다 세상에...

윤 아오스딩 형제님께서 오랜만에 계란말이를 하십니다 능수능란하게 계란 다섯 판을 깨고, 풋고추와 당근 그리고 파를 썰어 넣고요 간도 아주 잘 하셨습니다.

일요일 오전은 조금 한가합니다 우리 손님들이 교회에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예배에 참석하면 이천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돈으로 경륜장에 가서 표를 샀는데 날려버렸다고 투덜대는 손님도 있습니다 한 주일치 담배를 사기도 합니다 "메이드 인 라오스" 담배가 한 갑에 오백 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은영 님이 보내주신 편지글입니다^^

몇 년 전부터 편지를 쓰는 일에 인색해졌던 것 같아요.

12월 2일에 민들레국수집 봉사 갔다가 보내주신 성탄 메시지 보고 오랫만에 펜을 들었어요.

메시지 중 가난한 어머니는 젖도 모자른다. 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은 힘들 때 더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을 봐 왔기 때문인가 봐요.

인천관광공사 여행 후기 당첨되서 상도 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2007년도는 저에게 고약한 한 해 였어요.

제 주변 분들이 아파서 병원 신세도 져야 했고, 할아버지가 저 세상으로 가셨고, 저 또한 위궤양이 생겨서 개월 넘게 약 먹고, 생각지도 않은 맹장수술까지 준비했던 취업시험에 여러 번 고배 마시고 예상치 못하게 공부하는 기간이 길어져 버렸죠.

다른 때였으면 무척 힘들어 했을텐데, 대견스럽게도 잘 버텨줬어요 인생공부를 제대로 했으니 나름 의미있는 한 해라고 봅니다 내면적으로 더 풍족해지고, 인자해지고, 평온해졌으며,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니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마음가짐이었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을.. 외면해서 스스로 화를 키웠던 것임을 쉬는 동안 깨달았어요.

걸림없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마주 서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앞으로 남은 시간 열심히 살려구요.

2007년 정리하고, 2008년 계획 세우면서 민들레국수집 자원봉사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가 주자! 라는 뜻을 세워 봤어요.

밥도 남기고, 설거지 하면서 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

2일 칼국수 먹으면서도 이번 17대 대동령 당선자 이야기 했지만, 밥과 사랑을 주셔야 할 분이 늘어날 것 같아요 다른 누구보다 민들레국수집 VIP 손님들이 타격 많이 받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민들레국수집 VIP 손님들이 걱정 없이 행복해진다면 다른 분들도 행복해질거라 믿어봅니다.

2008년 1월 4일 청송교도소 가신다고 이야기하셨는데, 한번은 가보고 싶어요 그곳도 사람사는 곳이긴 하지만 죄인의 신분으로는.. 거기에 계신 분들이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힘들게 살아온 분들이 많은 거겠죠.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하시는지 경험해 보고 싶어요.

네시 삼십분에 출발하신다고 하니, 그 시간을 어찌 맞출지 고민스럽긴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믿어보렵니다.

민들레국수집 자원봉사가 노숙자 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은 애정어린 시선을 머물게 만들었듯 청송교도소의 재소자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게 만들지 궁금해지네요.

다만 확실한 건 전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너그러워질꺼라는 것을 믿어요.

칼국수 정말 맛있었고요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년도에는 아프지 마시고, 처음 마음 잊지 마시고, 행복하세요.

2007년 12월 27일 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