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전입니다 모니카와 함께 청송교도소 자매상담에 들어갔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사이로 앳된 얼굴이 보입니다 청송교도소가 초범교도소로 변한다더니 진짜인 것 같습니다 지금껏 청송교도소는 감호처분을 받은 사람과 몇 번의 징역을 산 사람들이 오는 곳이어서 젊은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초범이지만 징역을 많이 받은 초범들을 모아둘 모양입니다.

40대 50대가 대다수인 청송교도소에 새파랗게 젊은이가 두 사람이나 끼어있으니 기가 찹니다 상민(가명)이와 경우(가명)입니다 둘 다 나이가 스물다섯이라고 합니다 지난해에 잡혔고 징역은 십년을 받았다고 합니다 상민이는 또랑또랑하게 생겨서 그나마 징역을 잘 견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우는 보면 볼수록 기가 찹니다 언제 철이 들까 걱정입니다 모임에 앉아있으면서도 장난 칠 궁리만 하는 것 같습니다 십년 전에도 소년원에 갇혀있었다고 합니다 열네 살부터 소년원을 들락거리다가 결국은 청송교도소까지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물다섯 살 경우는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영치금도 한 푼 없는 법무부 자식인 법자입니다 하도 보기가 안쓰러워서 꼴베 형제가 자매상담에 데리고 나왔습니다 초등학교도 못 나왔습니다 글도 쓸 줄 모릅니다 공부를 해 보지 않겠는지 물어봤더니 자기는 공부하는 것이 제일 싫다고 합니다 밖에서 사는 것보다 교도소가 집처럼 편하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꼴베 형제를 잘 따릅니다.

경우에게 자기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하면 몸을 배배 틀면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몇 번을 하니까 말도 제법 합니다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변합니다 조금씩 점잖아집니다 희한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모임에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이송을 갈 것 같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꼴베 형님이 잘 보살펴주셔서 징역을 재미있게 살 수 있었는데 다른 곳으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데 큰일 났다고 합니다 꼴베 형제가 필요한 속옷과 수건과 칫솔과 치약 그리고 비누를 잘 챙겨주었습니다 다른 형제들도 필요한 물건들을 나눠주겠다고 했습니다 청송에서 돌아와서 베로니카께 경우 이야기를 했더니 옥바라지를 기꺼이 해 주시겠다고 합니다 경우는 원주로 이감을 갔습니다.

경우가 원주교도소에서 베로니카의 편지를 받고는 받침이 엉망인 글씨로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누나에게’라고 시작된 편지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꼴베 형제가 베로니카께 누나라고 하니까 자기도 ‘누나’라고 했습니다 다음 편지에 누나라고 하지 말고 ‘이모’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경우는 베로니카의 옥바라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보살핌과 영치금 조금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경우는 행복해 했습니다 징역살이도 사고 없이 잘 했습니다 그래서 사동 봉사원으로 일하다가 누진점수도 많이 소각해서 2급수가 되었습니다 2급이 되면 베로니카 이모와 전화 통화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여름에 원주교도소로 특별면회를 갔었습니다 경우의 면회기록을 봤습니다 지금껏 아무도 경우를 면회 온 사람이 없습니다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얼굴 표정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작은 도움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이렇게 밝게 변하다니 희한한 일입니다.

얼마 전에 경우에게서 반가운 편지가 왔습니다 공부가 제일 싫다고 했는데 검정고시를 하겠다고 합니다 베로니카가 뒷바라지를 다 해주었습니다 처음 시험에 59점을 받았습니다 경우가 자기 평생이 이처럼 높은 점수를 받아본 역사가 없다면서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시험을 봤는데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이 대단합니다 고등학교도 마치고 대학까지 꿈꿉니다 세상이 이런 일이! 사랑만이 사람이 변하게 합니다 베로니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