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의 조그만 공원에서 노숙을 하던 금숙 씨 모자엄마는 당뇨가 심하고요 아들은 스물 여덟인데 다리가 조금 불편합니다 지난 해 1월에 민들레국수집에 왔을 때 노숙한지 200일이 넘었다고 했습니다 비오는 날보다는 눈오는 날이 훨씬 좋다고 했습니다 처음 조그만 단칸방을 얻었을 때 몇날 며칠을 잠자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직접 밥을 해 먹는 기쁨에 맘껏 밥 해 드시던 때도 있었습니다 방세는 매달 십만원인데 한달만 도와주면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1개월동안 한 번만 방세를 내었습니다

아무래도 떠난 것 같습니다 어제부터 꼭꼭 닫혀있던 방문이 열렸습니다 사람 사는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오늘 다시 확인했습니다 떠났습니다 쓰레기만 가득 있습니다 고물로 팔 수 있는 것은 다 가져갔습니다 텔레비전의 구리 코일도 빼고, 전기밥솥의 쇠붙이도 떼어가고..

어디 가서라도 잘 살면 좋겠습니다

드물지만 여성 노숙자가 있습니다 마흔쯤 되어보입니다 누비 옷 외투를 입고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찜질방에서 자고 없으면 그냥 노숙을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민들레국수집에 옵니다 하루 세 끼니를 먹으려니 힘이 부친다고 합니다 골라먹는 재미가 좋다고 합니다 너무 맛을 음미하고 드시기 때문에 손님들이 많이 오실 때는 좀 밉습니다 거의 한 시간을 맛을 음미하기 때문입니다 감귤 쥬스를 냉장고에서 꺼내 마시면,

"맛있겠다!"

부러워합니다 한 잔 따라드립니다 색다른 것이 보이면 좀 달라고 떼를 씁니다.

드문 일이지만 여성 노숙자에게 남성 노숙자들이 추근대기도 합니다 같이 살자고도 하고요 몇 번이나 여성 노숙자를 도우려고 했다가 전부 실패했습니다 요즘은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깊이 생각하지만 별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동네 폐가에 우리 손님이 들락거려서 가 보았더니 몇 명이 살고 있습니다 제발 동네 사람에게 들키지 말고 조심해서 지내라고 했습니다

화도진 공원에는 알콜중독이 되어버린 우리 손님들 몇 명이 술주정을 하면서 행패를 부립니다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알콜중독을 어떻게 도와야할지...거기다가 화도진 도서관도 갈곳없는 우리 손님들이 잘 가는 곳입니다 알콜중독자 손님이 주정을부리면 얌전히 도서관을 이용하는 선의의 우리 손님들도 도맷금으로 넘어갑니다

알콜 중독이 된 사람들이 아니면 시끄럽게 할 노숙자는 없는 셈입니다

아주 쉽게 노숙하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백안시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남대문이 불이 났을 때 노숙자들이 그랬다고 하는 것처럼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