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입니다 잠시 양파를 사러 시장을 다녀왔습니다 손님들이 국수집 앞에 옹기종기 서 있습니다 왜 들어가시지 않는지 물었더니 아직 시간이 안되었다고 합니다 추운데 어서 들어가서 식사하시자고 했습니다 아직 열 시가 되려면 십여 분이나 남았습니다.

젊은 청년이 어색하게 다가오더니 안전화 하나만 얻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발 크기가 얼마인지 물어보았습니다 260이라고 합니다 마침 하나 남은 것이 있습니다 먼저 식사부터 하라고 했습니다.

밥을 다 먹었을 즈음에 청년에게 불어보았습니다 왜 안전화가 필요한지 잠은 어디서 자는지 언제부터 노숙을 했는지 도박이나 알콜 중독은 아닌지

나이는 서른다섯이고 어릴 때 이천에서 살았고, 노숙을 한지 몇 달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일을 하고 싶은데 안전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잠은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서 잔다고 합니다 밤에는 그냥 걸어다니다가 희망지원센터에서 낮잠을 잔다고 합니다 노숙한지 대여섯 달 된 것 같다고 합니다 도박이나 그런 것은 하지 않고, 중학교 다닐 때 멋모르고 손등에 문신하고 경찰서 들락거리고 하다가 얼마 전에 이혼하고 마음을 못 잡아서 헤맸다고 합니다.

민들레 식구가 되지 않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냥 지낼 수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선호(가명)씨에게 설명을 잘 해 드리라고 한 다음에 안전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한참 후 이삼일 생각을 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합니다 그러라고 했습니다.

선호씨가 민들레 집을 설명해도 자기는 단체생활도 싫고, 고참이라고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싫다며 제약받는 것을 못 견딘다고 했답니다 민들레의 집을 설명해도 "믿을 수가 없어요!"라고한답니다.

새로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된 용진(가명)씨는 강원도 강릉 사람입니다나이는쉰다섯이고요 지체장애 5급이고 다리가 불편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닙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오셔서는 점잖게 식사하고 가시곤 합니다 상고를 나와서 공장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손에 장애가 있고 다리는 교통사고로 아프다고 합니다 노숙한지 여섯 해 정도 되었고요 혼자 삽니다 일을 할 수 없어서 교회를 다니면서 몇백 원 받는 것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거의 일주일을 곰곰 생각하다가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되었습니다.

비닐봉지 하나가 이삿짐입니다 어제 점심 무렵에 왔습니다 독채인 아주 조그만 집으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호텔같다고 합니다 오후 두 시에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 하고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을 했습니다 잘 될 것 같습니다, 사진 찍고, 통장 만들고 도장 새겼습니다.

오늘 아침에 아침을 함께 먹으면서 몇 년만에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을 잤다고 합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에서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 출장을 오셔서 우리 아기 손님들께 스파케티를 만들어 대접해주셨습니다 얼마나 잘 먹는지요! 최고의 대접을 받았습니다.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는 인천 부평구 십정동 가난한 동네에 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무상으로 찾아와서 책도 보고 스파게티도 대접받는 그런 멋진 까페랍니다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는 답례로 까사미아에 가서 떡볶이 대접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겨울 준비를 했습니다 민들레 식구들 집에 필요한 연탄과 보일러 기름을 넣어드렸습니다 기름을 아껴쓰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조금씩 넣어드렸습니다 연탄은 한 장에 500원이 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몇 몇 집의 민들레의 집은 도시가스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번 토요일에는 김치를 담글 예정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식사하러 오는 부부가 있습니다 거리에서 지내는 것이 하도 딱해서 베로니카께서 여인숙 쪽방을 얻어주셨습니다 요즘은 아저씨가 자활근로 비슷한 것을 해서 한 달에 이십오만 원을 번다고 합니다 방세 내면 정말 몇 푼 남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쌀을 나눠드립니다 처음 쌀을 드렸더니 밥을 해 먹을 도구가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냄비를 사드렸습니다 휴대용 가스렌지도 사드렸습니다 부탄 가스도 사 드렸습니다 반찬은 국수집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인숙 주인에게 허락을 얻었다면서 전기밥솥을 얻으러 왔습니다 전기담요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이불도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불을 드렸습니다 담요도 드리고 또 전기밥솥과 전기담요는 구하면 드린다고 했습니다 어제 전기담요를 샀습니다 그런데 식사하러 오지를 않습니다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