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이 흐르고 강변에는 분홍색 연산홍이 곱게 피어있습니다 어제 봉화를 다녀왔습니다 데레사수녀님과 대성씨와 그리고 술을 끊고 싶고 착하게 살고 싶다며 봉화로 가겠다고 하는 미카엘과 토마 두 형제와 함께 내려갔습니다.

미카엘은 오년전에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밥을 먹었던 VIP 손님입니다 착한데 술을 먹으면 대책이 없었습니다 막노동을 나가서 돈을 벌면 동인천역 근처의 노숙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돈 떨어지면 또 일나가서 벌어다가 같이 마시고 그러다가 술을 끊고 다시 시작하고싶다고 해서 삼년전에는 단칸방을 하나 얻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사라졌습니다 오랜 동안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4월 0일 오전에 민들레 국수집에 토마 형제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파주에 있는 알콜 치료공동체에서 지내면서 한해 동안 금주도 하고 운전면허도 따고 취직도 해서 돈도 천삼백만 원까지 모으기도 했었는데 지난해 12월에 그만 술을 먹었더니 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술을 끊고 착하게 살고 싶어서 어디 시골로 보내달라고 찾아온 것입니다.

함께 온 토마 형제도 마흔 여덟인데 꽃동네에도 있었고요 시골로 들어가서 살고싶다는 것입니다

봉화의 시우바오로 형제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두 사람을 받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받아주겠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 신관에서 오늘과 내일 지내고 금요일에 봉화로 내려가자고 했습니다

봉화군 소천면 사무소 있는 곳에서 형제들과 마지막 술을 곁들인 점심을 먹었습니다 소주 세 병을 마셨고요 두 병을 더 샀습니다 그리고 담배도 한 보루 샀습니다 이것만 다 먹고 금주 금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서 나흘 모자라게먼저 봉화에 살고 있는 태영씨는 농부가 다 되었습니다 처음와서는 5분도 일을 못했는데 이번에 사람이 끄는 쟁기를 세 시간이나 끌었는데도 버틸 수 있었다고 합니다태영씨가 급하게 쑥을 뜯었습니다 내일 민들레국수집 봉사자 분들께 쑥국을 끓여드리라고 합니다.

잘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늘 아침에 봉화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바오로 형제님이 출타한 후에 전화했다고 합니다 떠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시라고 했습니다.

5월 1일에는 베로니카와 모니카와 함께 매년 오월달 첫목요일에 만나러 가는 정 프란치스코 최고수(사형수)를 만나기로 한 날입니다 오후 1시 20분에 면회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예약 확인을 하고 프란치스코 형제에게 영치금 삼만 원 넣어주고, 재필 형제(최고수)에게도 삼만 원 넣어주고요 음식물은 프란치스코 형제에게 조금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21호실에서 기다렸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고 면회실로 들어갔습니다 철망에 유리로 막혀있습니다 실리콘으로 틈새도 모두 막아 놓았습니다 달랑 마이크가 하나 연결되어 있습니다 면회시간 10분이 카운트 다운하고 있습니다 얼굴이 맑습니다 작년보다 더 젊어진 것 같습니다 사형선고가 확정되고 십 몇년을 서울구치소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이번 달에는 다른 교도소로 이송될 것 같다고 합니다 이제는 미결수 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결수 방에 있게되고 작업도 나가야 할 것 같다면서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모니카는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형제를 만납니다 참 잘 생겼다고 감탄을 합니다 청송의 겉과 속이 같은 보니파시오 무기수처럼 잘생겼다고 감탄합니다 10분이 되자 가차없이 면회 끝났습니다고 교도관이 채근을 합니다 문을 열고 다음 면회할 사람이 들어오려고 합니다 아쉬운 십분이 지났습니다.

옷 넣어 줄 수 있는 곳으로 가서 면티 아홉 장을 넣었습니다 네 장까지 한도라고 합니다 최고수 나눠입으라고 넣어드리는 것이니 봐달라고 하니 봐 줍니다 오랜만에 착한 교도관을 만났습니다

베로니카와 함께 고추와 호박 그리고 가지 모종을 사러 화원에 갔습니다 덤으로 예쁜 꽃도 샀습니다 비료도 조금 샀습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선호와 성욱이 형제가 대청소를 해 놓았습니다 깨끗합니다 이젠 "걸만 있으면 되겠다"고 했더니 베로니카가 거울을 마련해 주겠다고 합니다 거울이 아니라 걸입니다 한참 웃었습니다.

4월 0일(수)에는 민들레국수집 신관에서도 손님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제는 기다리는 손님이 없습니다 참 좋습니다 목요일에 대성씨가 신관에 페인트 칠을 다시 해 놓았습니다 올 11월에 냉동창고가 나가면 민들레국수집이 신관으로 이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민들레국수집 구관은 옷나눔터로 바뀌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