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 할머니가 꼬깃꼬깃 접은 천원짜리 열 장을 반찬사는데 보태라면서 쥐어줍니다 할머니가 하루 온종일 종이를 주어서 고물상에 팔아야 일이천원 벌기도 빠듯하신데 열 장이나 모으시려면 적어도 한 주일 꼬박 번 돈일 것입니다 과부의 렙톤 두 개(우리 돈으로 오십원에서 백원 정도)가 생각납니다.

의정부에서 보내준 냉동시켜놓았던 귀한 고기상자를 어제 저녁에 내어놓고 녹였습니다 아침에 대성씨가 비닐봉지에 넣어진 편지를 저에게 줍니다.

안녕하세요

그 동안 건강히 잘 지내시는지요 한우 잡뼈와 고기를 좀 보내드립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맛있게 끓여 거기 오시는 분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었음 합니다.

잡뼈와 고기는 찬물에 한시간 반 정도 담가 두셨다가 건져서 한 번 끓여 버리신 후 충분한 물을 붇고 오래 뽀얀 국물이 될 때까지 끓이시면 됩니다.

저에게 행복 나눠 주신 것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신도 정육점

유 00 올림

편지를 읽자마자 고기상자를 살펴보니 귀한 한우 쇠고기와 뼈입니다 알려주신 대로 찬물에 뼈와 고기를 담가 핏물을 빼고 끓는 물에 한 번 데쳐서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끓였습니다 두 시간 정도 끓인 후에 고기는 건져서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지금은 뼈를 푹 고으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파 송송 썰어서 우리 손님들께 드리면 참 좋아하겠지요.

어제는 민들레국수집의 봉사자이신 지명씨가 잘 생긴 신랑감을 모시고 왔습니다 설거지도 하고요 다섯 시 끝나자마자 바울라자매님과 아가다 자매님, 민들레 식구인 대성씨와 선호씨와 성욱씨와 주헌씨 그리고 저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예비 신랑신부가 한 턱 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밴댕이 회와 밴댕이 구이 그리고 밴댕이 회덮밥으로 행복한 저녁을 지냈습니다 지명씨 껼혼식은 5월 25일이라고 합니다

5월 4일(일) 오늘은 근처 화도진공원에서 "평상소놀음굿"이 열렸습니다 아주 큰 굿판입니다 11시부터 원하는 손님에게는 국수 대접을 하고 있더군요 우리 손님들이 화도진 공원에서 지내느라 민들레국수집이 평소보다 한산했습니다.

점심때 쯤 마리아 자매님과 아가다 자매님이 광야 체험을 위해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오후 두 시까지는 만수동 피정의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앞치마 입도록 했습니다 생강을 다듬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생강을 다듬는 두 자매님들께 물어보았습니다.

"사랑의 맛을 보셨나요"

사랑의 맛을 맛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라일락잎을 따서 살짝 씹어보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쓴지 쩔쩔 맵니다 라일락은 좋은 향기는 남을 위해서 다 내어주고 쓰고 아픈 것은 자기 안에 갈무리하기에 라일락 잎은 사랑의 맛을 가졌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점심을 함께먹었습니다 그리고 설거지와 생강 다듬는 것을 마치고 다시 피정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평생 사랑의 맛을 기억하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최신호님이 설거지하러 오셨습니다 평일에는 경기도 광주에 가서 우편 배달을 힘들게 하고 오고 주일 오후에는 국수집에 와서 설거지를 도와줍니다

푸른나무 교실(공부방)에서 내일 어린이날 행사로 떡볶기를 한다고 합니다 맛있는 쌀 한 포대를 드렸습니다.

민들레의 꿈 아이들과는 내일 영화 관람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이들 저녁은 짜장 밥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