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북부 교도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경북 북부 교도소는 청송교도소의 새 이름입니다 청송에는 교도소가 네 군데 있습니다 경북북부 1교도소, 2교도소, 교도소 그리고 직업훈련교도소인데 청송에서 경북 북부라고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경북 북부 교도소에는 일반 재소자도 있지만 경북 북부 1교도소(청송교도소)에서 징역을 마친 감호자들도 수용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감호법이 폐지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단서조항에 이전에 감호법에 의해 감호처분을 받은 사람은 감호법이 폐지되었어도 유효하다고 되어있답니다 그래서 감호자가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청송교도소에 있다가 십여년도 넘는 징역을 마치고 기약도 없는 감호자로 살기 위해서 경북 북부 교도소로 이송된 바오로 형제가 교도소에다가 "보고전"을 내었나봅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전재산인 돈 200만원을 민들레국수집에 기부하고 싶다면서 민들레국수집으로 보내달라고 보고전을 올렸다고 합니다세상에 이런 일이...담당 교도관께서 바오로 형제가 우편환으로 돈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그러면 수수료가 드니까 농협 계좌로 보내드리겠다고 합니다 귀한 돈을 그렇게라도 아끼고 싶다고 합니다.

바오로는 오랜 징역살이로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징역을 마치고 이제 기약없는 감호를 살고 있지만 징역 살았던 기간보다는 훨씬 짧게 곧 출소하게될텐데.. 돈보다 더 귀한 것을 알았다면서 가진모든 것을 내어 놓는큰마음은 어떻게 생긴것일까요! 바오로의 전재산을 전해 받는 제가 이젠 더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꽃섬고개에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우리 손님들의 옷차림은 완전무장입니다 몇 겹을 껴입어도 춥다고 합니다 그런데 간혹 얇은 옷차림으로 벌벌 떨면서 식사하러 오는 분도 계십니다.

오늘은 소세지 전을 부칩니다 손님들이 참 좋아합니다.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는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습니다 김용길 선생과 최금자 선생께서 당신 집을 아이들에게 내 놓으셨습니다 어린이 카페를 만들어 동네 아이들이 맘껏 책보며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파스타를 간식으로 나눔도 하시고요 정부지원도 예산을 확보할 대책도 없이 지난 여섯 달 전에 시작을 했습니다 찬바람이 불면서 아이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한 달에 이백여만 원이나 되는 운영비를 지금껏 퇴직금과 조금 모아둔 것으로 충당을 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입니다 그렇다고 해맑은 아이들을 포기할 수도 없고..

처음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한 200년 겨울이 떠오릅니다 겨울이되면서 손님은 늘어나고 쌀독은 비어있고.. 대략난감^^ 그때 도움 준 기찻길 옆 작은학교 생각도 납니다.

베로니카와 모니카와 함께 어떻게 하면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를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까사미아에서는 그렇게도 힘든 중에도 한 달에 한 번은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 오셔서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파스타"를 대접해 줍니다 우리 아이들은 두 세 그릇을 먹고도 맛있다면서 더 먹고 싶어 합니다 모니카는 담례로 까사미아 아이들에게 떡볶이 대접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함박 눈이 펑펑 내립니다.

추신: 바오로의 편지가 오늘 도착했습니다.

+ 찬미 예수님

...성령께 드리는 9일기도를 하면서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습니다 사고만 치고 나밖에 모르고 살아온 인생이 처량하기만 합니다.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 것 없습니다 저의 처지도 어렵지만 주님의 사랑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제 마음이에요 노숙자들과 소년 소녀 가장을 위해 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1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는 댓가로 작업상여금 200만원을 벌었습니다 모두 보내드리겠습니다 아주 작은 돈이지만 1000만분의 1이라도 지난 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입니다

.. 저 출소하면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제 인생 더 이상 쓰러지면 실패작이잖아요! 하느님도 용서 안 하실거예요.

2010년 12월 일

청송골에서 바오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