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수)

2년이나 노숙을 했다는 종국씨가 떠났습니다 종국씨가 살던 방에는 이런 글이 벽에 씌여있습니다 철자가 틀렸습니다.

"녹숙자 생활 2년 이제 끝났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서 지난 20일 통장에 돈이 입금되었습니다 돈이 독입니다 한푼없이 살다가 꿈도 꿔보지 못했던 돈 사십여만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장애수당까지 합친 금액입니다 술에 취해서몇날을 행패를 부렸습니다

농사짓던 사람이 땅 보상금으로 벼락부자가 되어서 졸부 노릇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26일 오후에 여인숙이라도 얻으라고 20만원을 주었습니다 짐 싸들고 담배를 한 갑 사더니 담배 피워물고 택시를 탑니다

종국씨가 부셔버린 문짝을 수리했습니다 6만원입니다.

밤에 대성씨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종국씨가 술에 잔뜩 취해있다고 합니다

동윤씨가 밥 먹으러 왔습니다 비가 내려서 일하러 못 나갔다고 합니다 여인숙에서 지내는데 하루 1,000원입니다 한달이면 40만원 돈입니다 이제 장마가 되면 일거리도 없을텐데, 또 몸이라도 아프면 여인숙에서 쫓겨날텐데 다시 한번 속는 셈 치기로 했습니다.

종국씨 살던 방을 청소하고 이삿짐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일해서 오만원 벌면 이만원을 좀 맡아달라고 합니다 모아서 고아원에 있는 딸 동아를 데려오겠다고 합니다 동아가 벌써 여섯 살입니다.

민들레의 꿈 공부방에 냉장고를 수리하고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이젠 여름이 와도 걱정이 없습니다 민들레의 꿈 처마에 비를 피해 온 아기 참새 세 마리가 젖은 솜털을 말리고 있었습니다.

봉화에 갔었던 태영씨가 어제 오전에 왔습니다 밥을 먹게 했습니다 봉화 근처에서 지낼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지만 구할 수 없어서 부탁만 해 놓고 올라왔다고 합니다 있을 곳을 마련할 때까지 민들레국수집 신관에서 지내라고 했습니다 청량리 역에 짐을 보관해 놓았다고 합니다 저녁에 가서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너무 늦어서 오늘아침에 왔습니다.

태영씨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무엇이 제일 먹고 싶어요"

"라면에다가 밥을 말아서 먹는 것이요."

저녁에 라면을 끓여서 밥을 말아 드시도록 했습니다

이슬왕자님인 정근씨가 며칠만에 왔습니다 요즘은 동네에서 벽돌 나르는 일을 하는데 일당 삼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내일도 일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살다보면 이토록 기쁜 일도 일어납니다 정근씨가 스스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헌씨가 냄비를 들고 왔습니다 미안하다고 합니다 다시 술을 끊어보겠다고 합니다 라면에다가 밥을 말아서 갈치 구은 것으로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라면을 챙겨드렸습니다 그리고 내일 오전에 대성씨의 도움으로 도장을 새긴 다음에 잃어버린 통장을 재발급받고 필요한 돈을 찾아 쓰시라고 했습니다 또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국수집 문을 닫은 다음에 저녁 안주거리를 장만하러 시장에 갔습니다 싱싱한 병어 한 마리를 팔천 원에 샀습니다 맛있게 병어조림을 해서 베로니카를 드리면 참 좋아할 것입니다.

5월 29일(목)

베로니카를 가게에 모셔다 드린 다음에 민들레국수집에 갔습니다 오늘 대성씨와 태영씨와 함께 옥천에 살고 있는 안베드로 형제를 삼십년만에 만나보기로 한 날인데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에 옥천 청산의 안 베드로 형제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0년전에 함께 수도생활을 시작할 때의 동기입니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 고향에서 사회복지법인 청산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 갔더니 오늘 아침에도 태영씨가 그토록 먹고 싶었던 라면을 끓여서 밥을 말아 먹다가 냉장고에서 오이김치를 내려다가 김치통을 깨트렸다고 합니다

옥천에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하고 가는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폐교를 임대해서 황토집 만들기 학교를 연 곳에 동물농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염소, 토끼, 닭, 칠면조, 거위와 강아지들 등등

0년만에 만났는데 어제 헤어졌다가 오늘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참 기분이 좋습니다.

늦은 점심으로 푹 고은 닭고기를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는 생선국수도 먹었습니다이슬을 마실 수 없어서 아까웠습니다.

청산에서 청주로는 일반도로로 왔습니다싱그러운초여름 경치가 참 좋습니다 청주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골의 폐교를 임대해서 우리 손님들과 민들레의 집 식구들 그리고 민들레의 꿈 아이들 주말 농장 겸 휴양소로 만들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꿈을 한 번 꿔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