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천주교 신자모임에서 매달 쌀을 모아서 국수집에 가져다 주십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오신다고 합니다 말은 잘 안 통해도 눈짓으로 마음으로 한마음입니다 일곱 시 사십 분에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했습니다

큰 국솥 두 개에다가 물을 끓여서 행복한 밥상(사회적 기업)에서 다듬어서 보내준 열무를 데쳤습니다

멸치국물을 내어서 시래기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팽이버섯도 듬뿍 넣고요 청양고추도 다져서 넣었습니다 맛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손님들은 된장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맛없는 된장국만 먹어봐서인지 된장국 맛도 보지않고 싫다고 하기 일쑤입니다

여덟 시가 되었는데 정신이 자주 산책나가는 친구가 식사하러 왔습니다 열 시에 시작한다고 해도 여덟 시면 와서 기다리는 친구입니다 밥을 차려주었습니다 아마 이틀은 굶었나봅니다 두 그릇이나 허겁지겁 먹습니다

열 시가 되기도 전에 손님이 꽉 찼습니다 토요일은 아침을 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좀 많이 옵니다.

행복한 밥상에서 보내준 풋고추를 내었습니다 대단히 매운 고추입니다 저도 하나를 먹고 더는 먹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추를 먹느라 애를 씁니다

이슬왕자님이 왔습니다 어제도 일을 했는데 일당 이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태영씨와 정근씨와 함께 사발면을 먹다가 정근씨가 한 턱 낸다고 합니다 오년만에 정근씨가 낸 참이슬 한 잔 마셨습니다 꿀맛입니다 살다보면 이슬왕자님께 참이슬 한 잔 얻어먹는 행복도 누립니다.

동윤씨는 어제는 인력사무소에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나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일을 나간 모양입니다 대마찌가 나서 밥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이 눈에 뜨입니다 날씨가 좋으니 일하고 싶어하는 우리 손님들은 많고 일거리는 없고 그런 모양입니다

스티로플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국수집 앞에 잠시 주차했었습니다 그런데 큰일날 뻔 했습니다 누군가 불을 붙였더니 순식간에 불이 붙었습니다 급히 물을 뿌리고 퍼붓고 해서 겨우 껐습니다

오늘 차림판은 시래기 팽이버섯 된장국에 배추김치, 오이소박이, 부추나물, 무짠지, 콩자반, 갈치구이, 풋고추와 쌈장입니다.

열무물김치를 좋아하는 봉사자께서 열무물김치 한 통을 담아 가지고 오셨습니다 내일 손님들께 내면 참 좋겠습니다.

민들레의 꿈(공부방) 아이들을 위해서 던킨 도너츠를 들고 지언맘께서 오셨습니다 오늘 데레사 수녀님이 오셨습니다 내일부터는 수녀님께서 민들레의 꿈에 상주하시면서 아이들을 돌봐 주실 것입니다.

오이지를 담아놓았습니다 오늘은 오이지 담근 소금물을 따라내어서 팔팔 끓여서 식혀서 다시 부었습니다

마늘이 한 단에 칠천 원입니다 열 단을 사서 손질하고 있습니다.

주헌 씨가 집에 있기는 심심하더면서 올라와서 마늘을 다듬어주고 있습니다 눈이 거의 안보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