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떨어졌는데 미안해서 말도 못하는 분이 있습니다 쌀 떨어지기 전에 제가 알아서 가져다 드려야하는데 깜빡했습니다 라면이 한 상자 남아 있어서 쌀과 함께 가져다 드렸습니다 제발 다음에는 쌀 떨어지기 전에 말씀해주십사 부탁했습니다 미안해서... 그러니 제가 더 미안합니다.

할머니는 평생을 골골거립니다 할아버지는 양복을 짓는 기술자였는데 고혈압 등등으로 경비일도 할 수 없습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아기 둘을 맡겨놓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조그만 빌라가 있습니다 한달에 이자가 십만원이나 됩니다 집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권자인데도 한달에 이십 몇 만원이 보조받는 금액이 전부입니다 이십 몇만원에서 집 이자를 주고나면 조금 남습니다 그것으로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 손자 둘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할머니가 수입도 없는데 아이들이 밥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한탄합니다 라면도 두 개씩이나끓여 먹는다고 걱정합니다

아이들이 밥과 라면이라도 잔소리 듣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안드레아형제가 부인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마늘과 수박 다섯 개 그리고 모니카가 좋아하는 만두도 내려놓았습니다 안드레아 부부는 얼마 전에 혼배미사를 올렸습니다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 근처에서 조그만 트럭에다 만두와 순대를 팝니다 요즘은 서울광장에서 촛불잔치를 하는데서 만두와 순대를 팝니다 어제는 뉴또라이트(뉴라이트를 비꼰 말)가 일인시위를 하는 여성을 각목으로 폭행하는 불상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급히 KBS 근처로 가서 장사도 했다고 합니다 안드레아의 가슴에는 명찰이 있습니다 이명박 OUT 입니다 안드레아가 얼마나 반가운지요 민들레국수집의 수도가 새고 있는데 고치지도 못하고(수리하는데 0만원이나 든다고 합니다) 저녁에 국수집 일이 끝나면 밸브를 잠그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열고 그랬습니다 내일 수도 고쳐주러 오겠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 신관에 어항을 마련했고요 오늘은 정육점 재호씨가 구피 네 마리를 넣어주었습니다

고마운 분이 백설기를 우리 손님께 하나씩 드릴 수 있게 잘 포장하셔서 여섯 상자나 보내주셨습니다 따끈 따끈한 백설기입니다 손님들께도 드리고 동네 분들께도 나눠드리고 떡 잔치를 했습니다.

송림동 현대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시는 분이 돼지등뼈를 듬뿍 주셨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푹 끓였습니다 우거지를 듬뿍 넣고 감자도 넣고 끓였습니다 영양보출을 해야 힘든 노숙생활도 할 수 있다면서 우리 손님들께 두 세 그릇씩 맘껏 드시게 했습니다 내일도 듬뿍 드릴 수 있습니다.

화수동 시장을 지나다가 자두가 나온 것을 보았습니다 민들레의 꿈에 전화를 했습니다 자두, 살구, 참외와 수박이 있는데 무엇을 드시고 싶은지 물어보았습니다 자두가 먹고싶다고 합니다 자두를 사서 보내드렸습니다.

어제 고마운 분이 애호박도 듬뿍 보내주셨습니다 봉사자 자매님들은 애호박을 새우젓으로 간해서 그냥 볶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대성씨는 애호박으로 호박전을 하면 참 좋겠다고 주장했습니다 힘들지만 손님들이 호박전을 언제 맛보겠어요 바울라자매님이 호박전을 부치겠다고 마음 넓게 허락하셨습니다.

어깨동무 공부방에서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공부방에 나오는 아이의 친구가 집을 나와서 방황하고 있는데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여자아이인데 중학생인데 집을 나와서 헤매고 있답니다 만나면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동네 참새들이 많이 옵니다 오늘은 한꺼번에 여덟 마리나 와서 밥풀을 주워먹습니다 이젠 민들레국수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참새들도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을 데려와서 함께 먹습니다 참 예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