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가 누수가 되어서 민들레국수집의 하루를 마친 다음에는 수도검침판에 있는 밸브를 잠궈놓곤 했습니다 오늘 안드레아가 아침 6시까지 촛불시위 현장에서 순대와 만두를 팔다가 잠깐 눈을 붙이고 서둘러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수도를 고치고, 고장난 형광등도 교체해 주고 그런 다음에는 민들레의 꿈 공부방에 가서 책상도 고치고, 화장실 물 새는 것도 고치고 망치질이 필요한 곳도 다 한 다음에 서둘러 장사하러 다시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10월달에 민들레국수집이 신관으로 이전할 때는 와서 수리하고 설치하는 것을 다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차림판은 돼지등뼈 우거지탕, 배추김치, 깍두기, 미나리 상추 무침, 멸치 고추 볶음, 숙주나물, 콩자반, 호박전, 깻잎장아찌, 잡채 등등이고요 후식으로 수박을 내었습니다.

봉사자 분들을 위해서 맛있는 고등어 조림을 만들었습니다 너무 매워서 수녀님과 자매님들은 드시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청양고추 많이 넣어서 아주 먹을만 했습니다.

경찰서 정보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작년에 대비해서 노숙자들이 늘었는지 물어봅니다 작년에 비해서 아주 많이 늘었다고 했습니다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호박전 때문에 오늘은 재미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도 생각해서 조금씩 알맞게 먹자고 사정했습니다.

참새들이 아기 참새도 데리고 옵니다 한꺼번에 여덟 마리가 와서 짹짹 거리면서 사이좋게 나눠먹습니다 식탁에서 떨어진 밥풀들, 떨어진 쌀들은 우리 참새 식구들 몫입니다.

나물가게에서 숙주나물, 콩나물, 청포묵과 두부 그리고 고사리와 토란대, 어묵을 많이 선물받았습니다 날씨는 덥고 장사는 안되어서 남는 것이 많습니다 가져오면서도 미안합니다 장사가 잘 되어서 선물받아오면 미안하지 장사마저 안되고 날씨는 더워서 그냥 둘 수 없어서 가져올 때는 속이 상합니다.

정육점 재호씨는 아주 힘들어 합니다 광우병 파동으로 장사도 안되고 들어가는 돈은 많고, 곁에서 보는 저도 속이 탑니다

동네 사람들이 전화를 합니다 동네 쉼터에 벤취가 있는데 우리 손님 같은 사람이 잠을 자고 있다고 어떻게 해 보라는 전화입니다 부리나케 내려가보았더니 우리 손님 한 분이 식사한 후에 그곳 벤취에서 냄새나는 양말을 벗고 시원하게 자고 있습니다 보기 고약하게 허리춤에 한 손은 집어놓고요 살살 달래서 공원에 가서 자도록 부탁했더니 마지 못해 일어납니다 여유가 있을 때마다 민들레국수집 주변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혹시 우리 손님들이 포만감에 잠자리를 펴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낮잠 잘 수 있는 곳이 마련되면 참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