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금)

새벽 네 시에 일어났습니다 네시 반에 대성씨와 데레사 수녀님 그리고 모니카가 차에 타고 출발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아오스딩 형제님이 극단 나비의 네 분을 모시고 출발했다고 합니다 청송교도소 근처인 가랫재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휴게소에서 반가운 분들을만났습니다 아침을 먹고 진보에서 청송교도소에 가져갈 음식을 마련했습니다 제과점 빵도 사고요 싱싱한 자두도 한 상자 샀습니다 그리고 음료수도 조금 샀습니다.

교도소에서 15명의 형제들을 위한 연극을 공연했습니다.

극단 나비의 "나비"입니다 본 연극은 한시간 사십 분이나 되지만 이십분으로 줄였습니다 무대장치도 조명도 없이 배우들의 간단한 분장만으로도 이렇게 가슴 찡한 공연이 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차세계대전 때 일본군 군수물자로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입니다

공연을 마친 후에는 배우들과 함께 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연극 15명의 관객을 위한 공연! 참 좋은 시간입니다

분장도 지우지 못한 채 교도소를 나와서 민원실에 가서 형제들 영치금 조금 넣어주고 다시 진보로 나왔습니다.

점심을 간단하게 들고 간식을 마련해서 이번에는 청송교도소로 들어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덕남씨가 청송교도소 정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덕남씨는 민들레국수집의 VIP 손님입니다 별이 열세 개입니다 태어나자마자 고아로 버려졌습니다 지금껏 무전유죄로 열세번이나 교도소를 들락거렸습니다 2004년 12월인가 청송에서 마지막으로 출소했고요 연안부두 어느 빌딩의 옥상에서 종이상자 뒤집어 쓰고 노숙을 했습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에게 개월간 주는 기초생활 보조비를 받기 위해 민들레국수집을 주소로 해서 겨우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얼어죽을 뻔하다가여인숙을 얻어 겨우 살았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손님입니다 폐품을 주워서 겨우 살아갑니다 그런데 조금 여유가 있으면 용감무쌍하게 민들레국수집의 반찬을 사는데 보태라며 주머니를 텁니다.

덕남씨가 인천구치소에 있을 때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청송에서 돈 한 푼 없이 사는 것을 알고 어제 진보에 와서 하룻밤 자고 오전에 그 사람을 면회하고 영치금도 삼만원이나 넣어주고, 함께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함께 들어갔습니다.

청송교도소에서 교도소처럼 조금 큰 장소에서 열네 명을 위한 연극을 공연했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끝날 무렵에 덕남씨도 비록 노숙을 하고 폐품을 주워 팔지만 밖에서 사는 것이 훨씬 좋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쉬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민원실에서 영치금 넣어주고인천과 서울로 따로 떠나야하기에 고맙다는 말 한 마디만 겨우 해 드리고 헤어졌습니다 인천에 오니 밤 아홉 시 반입니다

7월 5일(토)

오늘은 ICN 인천방송(인천시 케이블 방송)에서 촬영을 오기로 한 날입니다 평소보다 일찍 민들레국수집에 갔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우리 주헌 씨가난리를 쳤습니다 국수집에 도착하니 주헌씨도 술 취한 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돈 좀 달라고 합니다 삼만 원을 드렸습니다

서둘러 아침 준비를 하고 촬영팀을 맞이했습니다.

손님들도 많이 오십니다 봉사자 분들도 참 많이 오셨습니다 잔치집입니다 참새도 많이 날아와서 짹짹 거립니다.

며칠 전에 민들레국수집에 들어온 노숙 강아지는 이름을진달래라고 지었습니다 동물병원에 보냈습니다 목욕하고 털깍고 종합 진찰을 받게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살 미만이고요, 슈나우저 잡종이고, 암컷인데, 피부에 약간의 피부병이 있어서 약을 조제받았습니다 상태는 아주 양호하다고 합니다.

오징어 한 상자에 2만 5천원입니다 데쳐서 썰어서 초고추장 곁들어 손님 상에 내었습니다 참 맛있게 드십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노숙생활하면서는 처음 먹어본다고 합니다 깍두기는 치아가 부실해서 못 드신다는 분도 아주 잘 드십니다 씹지 않고 삼키셔도 행복해합니다.

착한 라면 삼양라면(40개들이) 두 상자를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한 상자는 조부모와 사는 손자가 있는 집에 전달해 달라고 합니다 또 하나는 민들레 식구들 중에 라면 드시고 싶은 분께 나눠달라고 하시니다 라면 가져다 드렸더니 아이들이 세 개씩 먹고 싶어하는 것을 두 개씩 먹게 했다고 합니다 네 식구가 사는데 한달 수입이 이십 몇만원 뿐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프시고, 아이들은 고1, 중1입니다 된장도 고추장도 간장도 하나 없습니다 내일 챙겨드려야겠습니다.

일흔 셋이신 영희 할머니는 쌀 좀 달라십니다 20킬로 한 포대면 네 식구가 스무 날 정도 먹는다고 합니다 남편에게 맞고 버림받은 딸과 외손주 둘이 먹을 양식입니다 용자 할머니는 여든 여섯입니다 혼자 삽니다 쌀을 10킬로 드리면 한 달을 드십니다 이빨이 없으셔서 밥에다가 된장에 드십니다 달걀 드릴까요 물었더니 표정이 밝아지십니다 그러면서도 미안해서..정육점에 가서 달걀 두 판 사서 드렸습니다 0개 한 판에 4,700원입니다.

오랜만에 장맛비가 쏟아졌습니다 동윤씨가 오랜동안 밥먹으러 오질 않습니다 찾아가보았더니 누워서 텔레지변을 보고 있습니다 왜 안 오는지 물어보니 방세 십만원을 못 내어서 미안해서 못 오겠다고 합니다 밥 먹게하고 담배도 한 갑 사 줬습니다 일하면 그 때 갚으면되고, 좀 편안해 합니다.

촬영이 끝나고 제작팀이 철수한 다음에야 한숨 쉬었습니다

집에 와서 밥먹고 그냥 쉬었는데 잠에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