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월)

노숙자에게는 방을 빌려 줄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할 수 없이 하루 더 찜질방에서 지내도록 했습니다 한여름 열대야에 찜질방에서 자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노숙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합니다.

아침에 대성 씨가 다리를 다쳤습니다 국수집에 도착하니 병원에 갔다는 것입니다 급해도 손님들 맞을 준비를 하느라 반찬부터 차렸습니다 언제든지 손님이 오시면 식사하실 수 있도록 해 놓고 황인의원에 가 봤습니다 약국에서 약을 기다리고 있는 대성씨를 만났습니다 다리가 부러지지는 않았습니다 수도계량기 뚜껑을 덥어놓지 않고 물건을 들고 나오다가 구덩이에 발이 빠졌습니다 약을 바르고 붕태를 감았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뼈에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오전 내내 방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가장 원하던 방을 구했습니다 완전 독채입니다 두 세 평 정도 되는 조그만 집인데 독채입니다 방 하나에 화장실이 민들레국수집 처음 할 때의 넓이만큼 큽니다 대성 씨와 상의했습니다 현재 대성 씨가 살고 있는 집은 방이 작지만 두 칸이 있으니 대성 씨가 이곳으로 이사하고 대성 씨의 집에는 해기 씨와 석원 씨가 살게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좋아합니다

대성 씨 이름으로 월세 계약을 했습니다 보증금 백만 원에 월 십오만 원입니다 계약서를 드리면서 보증금도 대성 씨 것이라고 했습니다 참 좋아합니다.

민들레 국수집 끝나고 성욱 씨와 새로운 식구인 해기 씨와 석원 씨와 함께 청소한 다음에 이사를 하고 대성 씨는 새 집에서 자고, 해기 씨와 석원 씨는 방 하나 씩 차지하고 대성 씨 살던 집에서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7월 15일(화)

아침에 곧바로 쌀을 실으러 효성동에 다녀왔습니다 20킬로 열다섯 포를 차에 싣고 국수집에 왔습니다 여기에다가 20킬로 다섯 포와 10킬로 한 포를 더 보태서 송림동 지역의 가난한 가정에 나눠드릴 것입니다

새 민들레 식구인 해기 씨와 석원 씨에게 이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냉장고 작은 것과 작은 냄비만 하나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대성 씨가 살림살이를 많이 물려주었기 때문입니다 해기 씨와 석원 씨에게 밥값을 한다고 국수집에 와서 얼씬거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봉사는 댓가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오이지 냉국을 만들었습니다

수원에 사시는 주소영 가타리나 할머니께서 먼 길을 힘겹게 찾아오셨습니다 달걀 여섯 판이나 사셨습니다 쌀을 사 주시겠다고 했지만 제가 새 민들레 식구들을 위한 중고 냉장고를 하나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주소영 가타리나 할머니는 독립투사시며 한글학자이신 주시경 선생님의 손녀십니다 625 때 박격포탄이 집에 떨어지는 바람에 다치셨고 평생을 병으로 힘겹게 사셨으면서도 맑디 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