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밤이 저의 아버님 제사였습니다 마흔 여섯 해 전에 열차사고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안동도립병원 영안실에 어머니와 함께 갔습니다 촛불이 기억납니다 그때가 여덟 살이었습니다.

7월 16일(수)

대성 씨와 모니카에게 민들레국수집을 부탁하고 경북 의성으로 떠났습니다 큰형님 댁으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얼마 전에 뇌수술을 하신 여든 아홉이신 어머니는 증손자와 함께 오셔서 자식들을 기다리십니다 큰누님이 어느새 일흔이나 되셨습니다 막내동생인 안젤로 신부님이 마흔여덟입니다 필리핀으로 이민 가신 작은 누님의 전화도 왔습니다마흔 여섯 해 지나니 여덟 살 꼬마였던 저의 머리도 히끗히끗합니다조카들이 어느 새 사십 중년들입니다 세월이 유수처럼 흘렀습니다.

경기도에서 젊은 청년과 처녀들이 인간극장 재방송을 보고 인천으로 급히 오셨다고 합니다 쌀과 달걀 등등 많은 선물을 가지고요 이름도 밝히지 않으시고, 모니카가 차라도 한 잔 드시라고 해도 오히려 미안해하시면서가셨다고 합니다 참 예쁘고 고운 마음들입니다.

7월 17일(목)

가족들과 정겹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큰형수님의 제사음식은 참 맛있습니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은 막히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저녁에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4기 신입교실 졸업식이 있어서 제가 마지막 강의도 하고 졸업식도 함께 했습니다

고마운 분께서 햇쌀보리 40킬로 네 포대를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우리 손님들께 맛있는 밥을 지어 대접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7월 18일(금)

토요일 민들레국수집을 열기 위해서는 푹 쉬어야겠다면서 오전에는 민들레(강아지)와 함께 푹 쉬었습니다.

오후에 민들레국수집 공과금을 내야하기에 민들레국수집으로 가려는데 화수1동 동사무소의 사회복지사 선생님의전화가 왔습니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이 있는데 도와줄 수 없는지 물어봅니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딸 세 식구라고 합니다 만나보고 이야기 들어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곧 동사무소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오후 두 시 조금 넘어서 동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 아빠는 삼십대 후반 아니면 사십 초반 같았습니다 아들은 중학교 1학년이고 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합니다 짐도 없습니다 아들은 야구공 하나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딸은 호랑이 인형 하나 꼭 끌어앉고 있습니다 8년 전에 이혼해서 아이들 엄마는 떠나갔고 8년전부터 혼자서 아이들을 키웠다고 합니다 청주에서 야식을 배달하는 가게를 했는데 동업자에게 보증을섰는데 잘못되어 짐도 하나 못 챙기고 그냥몸만 빠져나와서 사흘 간 찜질방에서 지냈다고 합니다아이들과 헤어질 수 없다고 합니다

점심은 먹었는지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우물우물합니다 먼저 밥부터 먹자면서 세 식구를 모시고 중국집으로 갔습니다 아이들은 오무라이스를 시키고 아이 아빠는 짜장면을 시켰습니다.

아빠 수중에는 단돈 이천 원이 전부입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이 아빠는 이틀을 굶었다고 합니다 어제 아이들에게 사발면을 먹이면서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싹싹 비웠는데 아이 아빠는 짜장면을 반을 겨우 먹고는 더 먹질 못합니다 너무 굶어서입니다 이틀이나 굶었으니 한 그릇 다 먹었다가는 탈이 납니다.

우선 민들레국수집 신관을 열고 그곳에서 쉬게 했습니다 먼저 수도 가스 등등 공과금을 농협에 가서 내고, 방을 얻으러 다녔습니다 세 식구가 살 방을 얻어야 하는데, 지난 화요일에새 민들레 식구 두 사람을 위한 방을 얻었으니 보증금도 없는데 방이 마땅한 것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곳 저곳 다녔습니다 대성씨도 함께 해 주었습니다.

대성씨와 이곳 저곳 기웃거렸습니다 대성씨가 이런 말을 합니다 돈은 너무 많이 벌면 욕심이 생겨서 이상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만 벌어야겠다고 합니다 방세내고 교도소 형제들 맛있는 것도 좀 사 줄 수 있고 그럴 정도로만 번다면 더 욕심부릴 일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민들레국수집이 쉬는 날에 막노동을 나가면 충분할 것 같다고 합니다 어쩜 이토록 멋지게 사람이 변할 수 있는지요!!!

새건물 뒷쪽에 독립적으로 있는 단칸방을 하나 얻었습니다 보증금 백만 원에 월 십삼만 원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보증금은 15일 후에 드린다고 했습니다 방은 20일날 비워지니 일요일 오후에 이사오겠다고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어서 봐주셨습니다 새건물이어서 마음이 놓입니다 민들레의 꿈 공부방 근처여서 아이들 돌보기에도 좋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신관에 와서 아이 아빠에게 방을 얻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이불도 옷도, 냄비도 숟가락도 없는데 하면서 걱정합니다 아무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동사무소에서도 주소지가 확정되면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마침 고마은 분께서 전기밥솥도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민들레 신관에 있는 태영씨에게는 이층 제 침대에서 이틀을 지내시게 하고 세 식구는 태영 씨 살던 곳에서 이틀을 지내도록 했습니다 대성씨에게 저녁도 해서 함께 드시도록 부탁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모기약과 치약 치솔을 주셨습니다.

그런 다음에 인천연대 후원주점에 갔습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의 후원주점은 한미 FTA 반대와 BBK 사건으로 활동가들이 벌금을 내야하는것을 마련하기 위한 모임입니다 활동가들은 이 기회에 구치소로 휴가를 다녀오면 좋겠다고 하지만 .. 마음이 아픕니다.

반가운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맛있는 술도 마시고 조금 일찍 일어나서 베로니카 가게에 들러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내일은 초복인데, 닭 값이 너무나 많이 올랐습니다 우리 손님들께 삼계탕을 대접하지 못하고 그나마 닭죽이라도 대접해야겠습니다 정육점 재호 씨에게 큰닭 열다섯 마리를 주문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