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중에서-

민들레의 집 식구들을 느슨하게 삽니다 사는 형태도 다양합니다 대성 씨는 조그만 독채로 이사를 갔고요 아직 집들이는 하지 않았습니다 성일이네 가족은 이제 평범한 이웃처럼 삽니다 길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입니다 시각장애인인 다니엘 가족도 스스로 살아나갑니다 정근 씨는 친구집에 들락거리듯 왔다갔다 합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의 성욱 씨와 선호 씨는 안드레아 수사님과 오손도손 살고 있고요 선호 씨와 성욱 씨가 여름에는 아르바이트도 나갈 모양입니다 주헌 씨와 창환 씨도 한 집에서 방을 따로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챙겨주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주헌 씨가 한 동안 술을 마시다가 어제부터는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종현 씨는 조용히 잘 지내고 있고요 쉬는 날이나 몸이 아픈 때는 국수집에 와서 밥을 먹습니다 동윤 씨는 미안해서 오지도 않지만 일도 잘 나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돈 벌어서 고아원에 있는 딸을 데려온다고 했는데 쉽지 않습니다.

민들레 국수집 신관에서 힘들게 지내는 태영 씨도 지내고요.

새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된 해기 씨와 석원 씨는 실컷 쉬었고요 어제는 석원 씨가 일나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다고 해서 빌려 주기도 했습니다 문규 씨 가족은 어제 주민등록 이전하고요 아이들은 민들레의 꿈 공부방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 심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습니다 힘들게 사느라 그런 것 같습니다 모니카와 수녀님이 사랑으로 감싸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성 씨는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이젠 어디가서도 일 잘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찬희네 가족도 별 탈없이 잘 지내는 것 같고요 용자 할머니도 영희 할머니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음식을 남기다가 몇 번 혼이 나셨던 주머니 아저씨는 요즘 국수집에 오시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방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문 씨 아저씨는 방세를 두 달이나 내지 못해서 다시 노숙을 해야할 것 같아서 마음 아픕니다 인명 씨는 고물 주워서 잘 지냅니다 어떨 때는 양복을 입고 친구 만나러 가시기도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던 손님들이 이젠 올 필요가 없어져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참 보기가 좋습니다.

어제는 처음 온 손님인데 주소를 국수집으로 할 수 없는지 물어봅니다 서울에 있는 드롭인 센터나 노숙인 쉼터에다가 주민등록을 하면 쉬울 것인데 하고 물어보았더니 보름 이상 지나야 주민등록 이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혹시 전에 쉼터에서 지내신 적이 있지요 물어보았습니다 몇 달전에 어느 쉼터에 있다가 나왔다고 합니다 몇 달 동안 나가서 지내도 퇴소를 해 놓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쉼터에서 이런 사람이 입소했다고 하면 그때야 퇴소처분을 해 주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주민등록을 이전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쉼터 운영이 열악하다보니 편법을 쓰는 모양입니다.

새로운 손님들이 참 많이 옵니다 새 손님들이 식사하는 모습은 놀랍습니다 두세 번 더 가져다 드시는 모습은 참 애처롭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열 번 정도 국수집 앞을 왔다갔다 하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손님인데 창피스러워서 못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담배 한개피 권하면서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며칠 식사 못하신 것 같은데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시고 들어가서 식사하도록 했습니다 밥 먹고 화도진 공원에서 쉬다가 다른 배고픈 손님 모시고 저녁 먹으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