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입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들과 지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낍니다.

처음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된 민국(가명)씨를 생각합니다. 세상을 떠나고 싶어서 아흐레를 굶었답니다. 그래도 모질게 질긴 목숨이었습니다. 국수 드시러 오시라는 소리에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민들레국수집의 첫손님이 되었습니다.

알콜중독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암보다도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또 일어나도 또 쓰러지게 합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열 몇 번은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또 떠났습니다. 섭섭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세상에 제일 중요한 자기를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는 섭섭함입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변하려면 자신이 찢어지는 끔찍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변하려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 그 즉시 잊혀진 일들이 떠오르고 헛된 상상에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됩니다. 겨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면 지난날의 실수와 잘못으로 부끄럽습니다. 죄의식에 어쩔 줄 모릅니다. 더는 변하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옛날로 돌아가버립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멋지게 변화할 수 있을텐데 포기해 버리는 민들레 식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신지! 삶이 은총인지를 깨닫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오늘은 민들레 식구 한 명과 민들레국수집 손님 두 분이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김포 하성에 있는 파이프 공장이라고 합니다.

신촌교회 권사님들께서 맛있는 돼지불고기를 재워서 가져오셨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참 잘 드셨습니다.

민들레 식구들을 위한 집 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비가 새지 않도록 지붕 위에 천막을 씌워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민들레 가게에서는 손님들께 봄옷을 많이 선물해 드렸습니다. 우리 손님들의 특성 때문인지 운동화를 찾는 분이 많습니다. 참 많이들 걷습니다. 겉은 멀쩡한 것 같아도 신발창은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은 아이들 작품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네네치킨을 선물해 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