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대된장국, 배추김치, 깍두기, 봄동겉저리, 파무침, 건새우 홍합 꽈리고추 볶음, 생김과 달걀 프라이입니다 오후에는 묵은 나물을 낼 예정입니다 후식으로는 떡을 냅니다.
용산역 근처에서 오랜 노숙을 했던 찬시씨가 그저께 용산을 다녀왔습니다 옛날 생각이 나셨나봅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그 시끄러운 곳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몇 달 잠자리가 편안해서 참 행복하다고 합니다 요즘은 새로 입주할 집 청소하느라 신이 났습니다 여인숙도 이젠 시끄러워서 좀 더 쾌적한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 봉사자께서 소세지 부침을 하고 있었습니다 식사하러 온 손님 한 분이 소세지 부침을 몇 번이나 가져다 드셨습니다 그러다가 반찬을 조금 남겼습니다 할아버지 봉사자께서 반찬 남기시지 말라고 했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들어주기 힘든 욕을 했습니다며칠 만에 나타났습니다 정중하게 사과를 합니다 그날 술을 한 잔 했었다고 합니다 술김에 그랬으니 용서해 달라고 합니다 평소에는괜찮다가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무척이나 예민해지는 손님들입니다 톡하고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노원성당을 다녀왔습니다 큰 성당을 꽉 메운 고마운 분들.. 한 시간 반 동안 쩔쩔 매다가 왔습니다 노원성당에서 1970년대 수도원에 있을 때부터 뵈었던 수녀님을 뵈었습니다 20대의 풋풋함이 이제 50대의 푸근함으로 변했습니다 참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의정부교도소에 근무하시는 정든 교도관 형제도 뵈었고요 고마운 봉사자 자매님도 뵈었습니다 또 고마운 분은 정성스레 모으신 돼지저금통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민들레진료소가 4월9일 토요일에 열립니다 이젠 약품도 많이 들어갑니다 교수님께서 귀한 약품을 많이 기증받으셨습니다 보관할 곳을 고민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VIP손님들 중에는 글을 모르는 분이 몇 분 계십니다 베로니카께서 한글교실을 열어야겠다고 하십니다 참 멋진 생각입니다 민들레 한글교실을 이제 곧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회(가명)씨는 병원에서 퇴원하면 방을 얻어서제물포 아주머니와 함께 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물포 아주머니는 쳐다보지도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광회씨 혼자 방을 구하러 며칠을 이곳저곳 여인숙을 다녔습니다 어느 한 곳도 방을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건강상태를 보곤 절대로 방을 못 빌려준다고 했답니다 찜질방에서조차 나가달라고 했답니다 다시 돌아오기는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쓰러졌는데 마침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그렇게 되었답니다 국수집에는 미안해서 못 온다고 합니다.
광회(가명)씨를 나중에 간병했던 민들레국수집 손님은 간병비를 모아서 방을 얻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찜질방에서 지내다가 그만 모아둔 돈을 잃어버렸답니다 다시 빈털털이가 되었습니다 방을 곧바로 얻을 걸 후회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국수집을 찾아오는 손님 한 분은 이제 겨우 서른 하나입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시골에서 인천으로 올라온지 팔구 년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초기부터 봤던 젊은이입니다 막노동을 합니다 취미가 로또복권 사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노숙을 하면서도 로또복권을 사는 데 쓴 돈이 오백만원도 넘습니다 그 동안 딱 한 번 당첨되었답니다 십만원 당첨이 된 것이 제일 큰 돈이었다고 합니다 로또복권 일등에 당첨되면 신세는 갚겠다고 합니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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