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틈 사이에 민들레가 꽃을 피웠습니다

키가 19센티미터입니다 발 크기는 290밀리미터입니다 나이는 열 아홉 살입니다 잘 생긴 총각이 어제 아침 일찍 국수집 근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수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식사하시라고 했습니다 밥을 꿀맛처럼 맛있게 먹습니다

혈압약이 떨어져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거의 한 시간만에 왔는데 젊은 친구가 국수집 앞에 앉아있습니다

조금 전에 식사했는데, 또 식사하러 온 것인지 놀라서 물어보았습니다 아니라고 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나이는 열아홉이고 중학교 일학년 떼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자기는 엄마를 따라 살았다고 합니다 엄마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도와주겠다고 했고요 대학은 스스로의 힘으로 가라고 했답니다 철이 없어서 고1까지는 놀았다고 합니다 고2부터 공부하려고 했지만 기초가 없어서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얼마 전에 엄마의 허락을 얻고 집을 나왔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잠자고 먹는데 쓰면 돈 모을 길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틀을 굶었다고 합니다 첫날은 우유 하나 사 먹고 어제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인간극장 본 것이 생각이나서 새벽에 무작정 걸어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세상에! 밥맛이 어땠는지 물어보았더니 꿀맛이었다고 합니다 수중에 돈이만원 한 장이 있는데필요할 때 쓰려고 남겨놓았다고 합니다.

윤기(가명)를 데리고 베로니카께 갔습니다 베로니카께서 도와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윤기가 머리를 감을 수 없는지 물어봅니다 센터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세탁도 하도록 했습니다 며칠 찜질방에서 쉬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씩씩거리면서 국수집에 들어왔습니다 이따위로 손님대접하느냐면서 인천주보를 찢어서 저에게 던지고 사라졌습니다 십 몇 년 전에 영등포 구치소에 있을 때 봤는데 아는 체도 않는다면서 사람 무시했다고 합니다 양 신부님께 다 이야기 할 것이라고 합니다 양 신부님이 누구신지 저는 모릅니다 찢어진 주보를 주워서 봤습니다 주보에 제가 쓴 글이 있었습니다

고마운 분이 쌀을 곱게 빻아서 국수집 앞에 놓고 가셨습니다 무엇일까 맛을 봤더니 쌀가루였습니다 쑥을 샀습니다 쑥버무리를 해서 우리 손님들께 봄 향기를 선물해드려야겠습니다.

보살 할머니께서 아침을 드시러 오셨습니다 사실은 선물을 하고 싶으셔서 오셨습니다 따님이신 스님께서 간수가 잘 빠진 소금을 다섯 포대 보내주셨답니다 그래서 두 포를 국수집에 드리고 싶으시고 합니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성불하십시오!

4월 12일(화) 꽃들이 피어납니다 봄입니다.

아침에 윤기(가명)도 나타났습니다 얼굴 표정이 편안해졌습니다, 아주 편안하게 잠도 잤다고 합니다 밥도 아주 맛있게 먹습니다.

부개 희망을 여는 가게의 수녀님께서 선물을 가져오셨습니다 청바지와 봄옷입니다 민들레 가게에 필요한 옷들입니다 요즘은 손님들이 두꺼운 겨울 잠바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봄 옷을 달라고 하십니다 안 드릴 재간이 없습니다 산뜻하게 봄옷으로 갈아입은 손님들이 이젠 살 것 같다고 합니다.

수녀님께 쌀과 국수를 나눠드렸습니다 희망을 여는 가게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무상으로 쇼핑을 할 수 있는 가게입니다 회원제로 운영이됩니다 손님들이 오셔서 다섯 가지 정도 가져가신답니다 손님들이 제일 선호하는 물품이 쌀이라고 합니다 쌀 열 포와 국수 두 상자를 실어드렸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회원제로 운영됩니다 조건은 술을 먹고 센터로 오지 않는다고만 하면 됩니다 어느새 회원이 700여명이나 됩니다 하루에 70-80명 정도가 이용합니다 빨아서 입고 신을 수조차 없는 분께는 양말과 속옷을 그냥 드립니다 세면도구도 그냥 드립니다 이제는 손님들이 아껴서 잘 사용합니다 참 보기 좋습니다 하루에 스무 명 정도가 독후감 발표를 합니다 얼마 전부터 글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한글교실을 열었습니다 적어도 자기 이름 석자는 쓸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삐뚤삐둘 글쓰기 연습을 아주 열심히 합니다 민들레진료소도 격주로 엽니다 손님들이 참 좋아합니다 의사선생님들께서 아주 친절하게 말씀해주신다고 합니다 다음주부터는 꽃밭 가꾸기를 시작합니다.

순의 할머니가 달래와 쑥을 캐오셨습니다 향이 참 좋습니다 덕적도에 가셔서 캐오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