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집에 불

호떡집에 불이 난 것 같습니다. 아침에 전화도 몇 통이나 왔습니다. 혹시 민들레국수집 오늘도 문을 여는지 물어보는 전화입니다. 황금연휴는 우리 VIP손님들에게는 최악의 날들입니다. 끼니를 때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어쩔 수 없이 손님들이 기다려야 합니다. 자리가 하나 나면 손님 한 분 들어옵니다. 설거지 하시는 자원봉사자 분들도 땀을 흘리실 정도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쌀이 떨어졌는데 하자 할머니가 찾아오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며칠만 더 있다가 오시라고 했습니다. 정말 쌀이 한 포도 남지 않았습니다. 쌀가게에 가서 오늘 필요한 쌀 20킬로 여덟 포를 사서 왔습니다. 어제 참이슬 한 병을 사서 선물로 가져온 명옥씨네 가족이 오늘 또 왔습니다. 명옥씨네 가족은 세 식구입니다. 아들은 서른넷입니다. 딸은 서른입니다. 아들 딸 모두 자폐장애가 있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엄마도 약간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합니다. 명옥씨 언니가 집을 빌려줬는데 명의는 명옥씨입니다. 그래서 세 식구가 폐지와 빈병을 주워서 겨우 살아갑니다. 참이슬 한 병을 사려면 온종일 종이를 주어 팔아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명옥씨 가족이 선물로 주시는 참이슬은 참 가치가 큰 것입니다. 세식구가 아침 식사 후에 돌아갈 때 쌀을 나눠드려야 합니다. 그런데 또 요한이가 아장아장 엄마랑 걸어서 옵니다. 아기를 보면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이 아빠는 참 힘들게 일했습니다. 그래도 인건비를 많이 떼였습니다. 하소연할 길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얼마 전에 꽃게잡이 배를 탔습니다. 요한이 엄마가 쌀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기 아빠가 배를 탔지만 또 얼마치 인건비는 묶어놓아서 아직 집에 돈을 보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요한이 과자와 쌀을 보내줬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손님들이 앉아서 식사하실 수 있는 자리가 겨우 스물넷입니다. 거의 외톨이로 오신 손님입니다. 그래서 식사하시는 모습이 아주 특이합니다. 스물네 분이 드시는데 말소리는 없습니다. 그저 그릇 부딪치는 소리뿐입니다.

모두들 덥다고 하는데 우리 손님들은 아직도 내복을 입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얼마나 더워야 내복을 벗는지 궁금합니다. 여름옷을 드리겠다고 해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하는 분이 많습니다. 새벽이 춥기 때문이랍니다.

민들레국수집 홈페이지에 쌀 좀 도와달라고 호소를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꺼이 도와주셨습니다. 이젠 걱정 없습니다. 잠을 푹 잘 잤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배추 된장국을 끓이려고 합니다. 속이 꽉 찬 배추 세 포기가 들어있는 망이 하나에 오천원입니다. 야채가게 아저씨께서 한 망에 500원이나 또 더 깎아주셨습니다. 배추된장국도 끓이고 남는 것은 배추 겉저리도 할 예정입니다.

어제 우리 손님들은 장어요리에 행복해 했습니다. 오늘은 동네 “자주수산”이라는 아주 조그만 생선가게에서 고등어 한 상자 반과 삼치 한 상자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맛있는 생선요리를 해서 내 놓을 예정입니다.

아침에 인간극장을 보다가 눈물이 나서 혼이 났습니다. 사랑은 수고를 모르는 모양입니다. 가슴이 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