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의 VIP 손님이십니다 여자분이시고 연세는 대략 50-60대입니다 아주 부끄럽게 살짝 오셔서 식사를 하시곤 가시는 분입니다 어제였습니다 식사를 끝내시고 밖에 서 계십니다 잘 드셨는지 인사를 했습니다 잠깐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어 둔 지폐를 꺼내셨습니다 반찬 사는데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합니다 십만원입니다 못 받겠다고 해도 꼭 받아달라고 부탁하십니다 당신이 훨씬 더 필요하실텐데 아낌없이 내놓는 모습은 놀람 그 자체입니다 과부의 렙톤 두 개! 가난한 사람의 하느님 닮음입니다.

동식(가명)씨를 동사무소에서 만났습니다 동식씨는 2004년도 일월에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되었다가 떠났습니다 지금껏 국수집 근처에서 지냈습니다 참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습니다 어떤 때는 방도 얻고 제대로 살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길에서 보면 인사도 잘 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어려워져서 국수집에 밥 먹으러 오곤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장동차 운전면허를 따서 택시를 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운전면허를 딸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택시 운전도 어느 정도 밥벌이 할 수 있을 정도까지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택시운전도 결국은 포기했습니다 죽어라고 일해도 사납금 채울 길이 없었습니다 그리곤 한 동안 국수집을 피해서 다녔습니다 며칠 전에 우연히 길에서 만났습니다 힘이 드는 무양입니다 밥 먹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벼룩도 낯짝이 있는데.. 미안해서 못 간다고 합니다 갚을 돈도 많은데..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냥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동사무소에서 만났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고 싶어서 왔다고 합니다

동식(가명)씨가 밥을 먹고 있습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왜 동사무소에 갔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두 달 전에 간암 판정을 판았다고 합니다 1기라고 합니다 기초생활 수급신청을 할 때 도움이 필요하면 오라고 했더니 고맙다고 인사하곤 떠났습니다.

서울역에서 지낸다는 분이 국수집에 왔습니다 접시에 밥을 담으면서 용산 사람에게만 잘해주고 왜 자기들은 푸대접을 하느냐고 합니다 세상에! 누구든지 접시에 밥을 담고 반찬을 접시에 담아 드시면 되는데 푸대접이라니!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계속 언성을 높입니다 술에 취했습니다 밖으로 내 보냈습니다 국수집 밖에 앉아서 계속 떠듭니다 왜 사람 차별을 하느냐고 합니다 왜 다른 사람에게는 찜질방 티켓을 주고 자기가 두 장 달라고 했더니 안 줬다는 것입니다 한참 떠들다가 갔습니다.

할머니가 식사하러 오셨습니다 치아 때문에 드실 마땅한 반찬이 없습니다 겨우 밥에 김치국물만 담습니다 할머니께 물어보았습니다 계란 프라이를 드실 수 있으세요 싫다고 합니다 미안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계란을 두 개 프라이 해드렸습니다 참 맛있게 드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