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07-01-11 17:27
1/11 잔고 11원
 글쓴이 : 서영남
조회 : 14,695  

오늘 푹 쉬다가 민들레국수집에 가서 쇠뼈를 푹 고아야겠다 싶어서 열두 시 쯤 동인천역에서 내렸습니다 주헌씨를 찾았습니다 마침 비틀거리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50센티쯤 다가서서야 겨우 제가 누군지 알아봅니다 돈이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다 써버렸다고 합니다 빈 통장이라도 달라고 했습니다 순순히 제게 줍니다 잔고가 11원이 남아있습니다 토요일쯤에 집으로 돌아오시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며칠 이슬을 다 마셔야할 것 같습니다 돈을 좀 달라고합니다 만이천원을 주었습니다

1/9(화)

월요일 저녁에 동인천역 근처에서 주헌씨를 보았습니다 카세트 사서 이어폰 귀에 꽂고 발걸음도 당당하게 휩쓸고 다닙니다 떡도 하나 샀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그냥 먹으라고 줍니다 주머니에 담배가 있는데도 담배를 사서 지하도에서 피웁니다 커피도 한잔 사서 마시면서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세어보더니 다시 안주머니에 넣습니다

대성씨에게 주헌씨를 잘 보살피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아침 여섯 시까지 대성씨가 따라다니면서 보호하다가 대성씨가 지쳐버렸습니다 여덟 시쯤 주헌씨가 밤새 돌아다니며 돈을 쓰고 소주를 마시다가 쓰러져서 잤습니다 그 사이에 쓰다 남은 돈은 깨끗하게 털렸습니다

어제 바쁜 것에 비하면 오늘은 파리를 날리는 수준입니다 아주 한가한 화요일입니다 착하신 아주머니께서 김치와 순무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그리고 동치미를 잔뜩 선물해 주셨습니다 또 멀리 충청도에서 착하신 분이 귀한 유정란 한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1/10 (수)

좀 서둘러서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국을 끓이고 반찬을 차려놓고, 밥을 하고 그러면서 서둘러 식사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송길님께 국수집을 부탁드리고 "나눔과 함께"에 돼지고기를 가지러 갔습니다 매주마다 20킬로씩 나눠주시기에 우리 손님들께 맛있게 대접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아가다자매님께서 일찍 오셨고, 아오스딩 형제님께서 귀한 시간을 내어서 올해 처음으로 오셨습니다 오늘은 맛있는 선지국을 끓입니다 또 아오스딩 형제님께서 오셨으니 소세지와 햄 부침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손님들께서 어찌나 맛있게들 드시는지요^^

전영애자매님도 오셔서 오늘은 제가 급한 일을 느긋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쌀을 사는 일도 하고요 틈틈히 주헌씨 찾으러도 다니고.. 두 번이나 동인천역을 나갔지만 주헌씨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점심때 쭈꾸미 매운 볶음으로 봉사자들이 행복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문을 닫을 무렵에 대성씨가 사고가 났습니다 집으로 내려가던 중에 다리가 꼬여서 나뒹굴었습니다 눈 주변이 찢어졌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급히 119에 신고해서 119 차를 타고 인하대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꿰매고.. 전영애자매님께서 아주 아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1/11(목)

쉬는 날입니다 오전에 편히 쉬다가 낮 열두시쯤 민들레국수집에 오는 길에 미리 동인천역에 내려서 주헌씨를 찾아서 만났습니다 잔고 11원인 통장을 다시 맡았습니다 모레 토요일에 주헌씨가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뼈를 푹 고으고 있습니다 파 송송 썰어 듬뿍 얹어드리면 우리 손님들이 참 좋아하실 것입니다 내일도 계속 푹 고으면 진국이 나올 것입니다


헬레나 07-01-11 20:19
 
대성씨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