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일은 화요일인데도 새로운 손님들이 줄을 이어서 찾아옵니다 민들레국수집 신관까지 있어서 식사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아주 드문데 손님들이 기다려야 합니다.

얼마 전부터 서울에서 식사하러 오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여자 분은 지적 장애(정신지체)가 있는 듯 하고요 남자 분은 몸이 아주 약해 보이는 분인데 오실 때마다 아주 맛있게 식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9월 15일(월)인 어제 남자 분이 옆구리가 몹시 아픈 듯 여자 분의 부축을 받으면서 천천히 오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물어보았습니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다가 난간에 넘어지면서 부딪쳤는데 연골이 상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움직이지 말고 안정을 취하라고 하는데 쉴 곳도 없고 배도 고프고 그렇다고 합니다 바울라 할머니가 당신이 가지고 계신 파스를 붙여주고 남은 것은 가방에 넣어주었습니다.

지내는 곳이 어딘지 물어보았습니다 서울역 근처인 동자동에서 쪽방에서 한 동안 살았는데 몸이 아파서 일을 한 동안 못했더니 방세낼 길이 없어서 쫓겨나서 빈집에 들어가 지내는데, 노숙하는 것이나 다를바가 없다고 합니다 오늘 올라가셨다가 내일 이삿짐 가지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급히 방을 구했습니다 참 신이 납니다 요즘은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주머니 사정이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긴급히도와줘야 할 분에게 즉시 도와줄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보증금 오십에 월 십만원인데 조그만 방이 두 개나 됩니다 우리 손님들이 좋아하는 독채입니다 다섯 여섯 평 정도 되는 크기입니다 준비해 둔 살림살이들을 청소한 다음에 옮겨놓으니 그냥 몸만 들어와도 살겠습니다.

최창신 씨는 59년생이고요 조그만 보석 세공을 하다가 쫄딱 망하고 200년도부터 노숙자 쉼터에서 봉사하고 그렇게 지내다가 혜영 씨를 만났습니다 혜영 씨는 정신지체(지적 장애) 2급입니다 혜영 씨와 그때부터 함께 지내면서 서로 돌보고 삽니다 집도 절도 없고 지체장애 2급인데도 기초생활수급권도 못 받았습니다 창신 씨도 몸이 이곳 조곳 성한 데가 별로 없는 상태고요 어제 저녁에 가방 하나 들고 이사했습니다 집이 너무 좋다고 합니다.

나중에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서 돈이 나오면 그때는 직접 방세도 내고 살라고 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옥련동 식구들이 인사하러 왔습니다 쌀을 두 포나 옥련동으로 실어다 주었습니다 이젠 네 식구가 되어서 한 달에 쌀을 20킬로 두 포는 필요합니다 반찬도 챙겨드리고요

9월 17일(수)

아침에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감자채 볶음, 파김치, 깍두기, 김, 콩자반, 고등어 구이와 후식으로 떡과 과일을 내었습니다.

새 민들레식구인 창신 씨와 혜영 씨가 왔습니다 내일과 모레는 어떻할지 걱정인 모양입니다 쌀과 라면 그리고 반찬도 드릴테니까 아무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혜영 씨는 7년생인데 아기 같습니다 아기 천사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김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밥 먹는 동안 나눠줄 것을 챙겨보았습니다 치약, 치솔, 수건, 내의, 혜영 씨가 좋아하는 김 그리고 사과와 모기약 등등을 챙겨 주었습니다

혜영 씨는 허리 사이즈가 4입니다 발은 240 이고요.

민들레의 꿈의 재진이와 예진이는 오전에 특별과외공부를 합니다 선생님이 귀한 시간내어서 공부를 가르치는데 재진이는 제대로 학교 다녔으면 중 1인데도 요즘 초등학교 4학년 과정을 가르치는데 어려워서 쩔쩔 맵니다 공부하기를 싫어합니다 예진이는 그래도 노골적으로 못하겠다고는 하지 않는답니다 오후에는 재진이와 예진이 심리치료를 하러 다녀야 하고요

민들레의 집 식구인 기성 씨는 재진이 아빠가 일하는 식당에 취직을 했습니다 음식 배달인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하기로 하고 한 달 후부터는 매달 8만 5천원씩 월급을 올리기로 하고요 첫월급은 125만원 정도랍니다 본래 12시간 근무인데 기성 씨가 돈이 적더라도 근무 시간을좀 줄였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오늘부터 출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