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 할머니가 많이 늙으셨습니다 쌀을 한 포 조그만 손수레(장 볼 때 끄는 것)에 싣고 힘겹게 끌고 가십니다 온종일 재활용 종이상자를 주우러 다녔지만 힘만 듭니다 모은 종이를 고물상에 가져다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천원어치도 안 된다고 합니다.

지난 이틀 동안 한우 육개장을 손님들께 대접했습니다 어떤 분은 개장국인 줄 알고 안 드신다고 합니다 주님의 뜻대로 민들레국수집에 온 대파 덕분입니다.

용산에서 온 손님들이 안전화를 부탁합니다 야간에 용산에 일을 할 수 있는데 슬리퍼를 신고는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신발을 나눠드렸습니다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우리 손님들께 꼭 필요한 안전화를 많이 나눠드릴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골롬바 자매님이 선물해 주신 롤러 스케이트를 잘 씻어서 민들레 꿈 공부방에 보냈더니 예진이와 은지가 행복해 했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우리 손님들과 감옥에서 고생하다 나온 형제들은 참 시나브로 천천히 변하는 것에 비하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새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된 창신 씨와 혜영 씨의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혜영 씨 부모님이 절대로 금용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거절하기 때문입니다 정신지체 2급인 혜영 씨는 부모님이 살아계셔도 아무런 도움도 못 받고 거리를 헤매고 다녔습니다 다른 길을 또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 얻은 민들레의 집을 단장하고 있습니다 대청소를 하고 중고 냉장고와 텔레비전 그리고 전기밥솥과 가스 레인지 그릇들과 수저들 그리고 냄비 밥그릇과 국그릇과 접시들 한 집 살림살이를 장만하는데 참 많기도 합니다 평범하게 보통으로 살아가기 위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약 이만 개나 된다고 합니다 오늘은 고물상에서 엘피지 가스통을 만 천원에 사 왔습니다 엘피지 가스통이 없으면 가스 가게에서는 얼마나 비싸게 부르는지요 창신 씨와 혜영 씨 사는 곳에도 가스 렌지를 새로 달아드리려고 했는데 그새 누군가가 엘피지 가스통을 팔아먹은 모양입니다 이삼천원 겨우 받았을텐데...

우리 손님중에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오늘 얻었습니다 대성 씨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참 좋아합니다

오늘은 홍어찜을 했습니다 쪄서 양념장으로 버무려서 내었는데 맛있는 냄새에 동네 파리들이 다 모여들었습니다 파리채로 파리 잡느라 동분서주 한 날입니다.

구월의 마지막 날입니다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