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 살자.

밖에서 살자.

늘려 살자.

작을수록 나누자.

웬만하면 나누자.

자발적으로 불편을 선택하자.

어제와 오늘은 “불편을 위하여” 시간을 누렸습니다.

그저께 저녁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향신문 기자입니다 ‘책 읽는 경향’이라는 꼭지가 신문 1면에 있는데 이틀 후까지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겨우 시간 맞춰서 원고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10월 29일자 경향신문 1면에 실린다고 합니다.

“불편을 위하여”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불편을 위하여”라는 아주 불편한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저자를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십팔 년 전의 일입니다 수도원에 살면서 재정을 맡고 있을 때입니다 수원 가톨릭 대학을 다니는 학생 수사들을 위한 수도원을 짓기 위해서 처음 만났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결국은 사람을 짓는 일과 같기에 집보다 정신이 먼저다 불편하게 살자, 밖에서 살자 늘려서 살자 작을수록 나누자 웬만하면 나누자 집은 불편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들은 저의 인생길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와 함께 자비의 침묵 수도원, 나루터 공동체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자발적인 불편이 자발적인 가난과 자발적인 나눔과도 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는 방식을 바꿔 수도원을 나와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열게 된 것도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 한 그릇보다 사람대접이 먼저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웬만하면 나누는 것이 좋고, 다른 무료급식소처럼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급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길게 늘려 손님들이 편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숙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손님은 민들레의 집 식구로 받아들여 따로 따로 단칸방을 얻어 살면서 서로 나누고 사귀면서 살 수 있게 했습니다.

자발적 불편을 선택하는 삶은 참으로 두렵고 어려운 결단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자발적 불편을 선택하지 않고는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세상과 이웃을 향한 자발적 불편이 현실에선 어리석어 보이고 불편하지만 실행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행복입니다.

10월 26일(일)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손님들이 옷을 달라고 난리입니다.

오전에 예수살이 제자교육에 이야기 나눔을 하고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중곡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착한 총각과 함께 봉사하러 왔습니다 생선 내장탕을 준비하느라고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술에 취한 우리 손님이 욕을 하면서 국수집에 들어오다가 주헌씨와 다툼이 있었습니다 화가 난 주헌씨가 바가지로 내리쳤는데 그만 얼굴에 상처가 났습니다 대성씨가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하려고 했는데 이름을 밝히지 않아서 치료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10월 27일(월)

주헌씨에게 맞았던 손님이 덩치 큰 사람 둘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자기를 때렸다는 것입니다 욕을 하고 난리를 칩니다

어제 말한 대로 주헌씨를 경찰에 고발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경찰에 고발했더니 진단서를 떼어오라고 한답니다 진단서 뗄 돈이 없답니다 상처가 많이 아물었습니다.

두 얼굴의 사나이인 연의씨가 술에 취해서 난리를 칩니다 티나자매님이 깜짝 놀랍니다.

전역한지 얼마되지 않은 멋진 총각이 설거지하러 왔습니다 얼마나 잘 하는지요

밤에는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하는 사회교리대학에서 민들레국수집을 이야기했습니다.

10월 28일(화)

한우 갈비로 소고기 무국을 끓였습니다.

봉사자 분들에게 맡겨놓고 원고를 쓰느라 고생했습니다 자발적 불편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