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진 날씨에 우리 손님들이 쩔쩔 맵니다. 겨울 점퍼를 구하고 싶어 합니다. 옷이 여유가 없어서 아주 얇은 옷을 입고 떠는 분에게만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며칠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오늘 아침에 고마운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두꺼운 겨울 점퍼를 여섯 벌이나 깨끗하게 세탁해서 가져오셨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옷인데 여름옷을 한 상자나 선물해주셨습니다. 필리핀 아이들에게 전해달라고 하십니다.

수협에서 선물해 주신 냉동 절단 꽃게로 오늘은 간장게장을 담그려고 합니다. 개포동 자매님께서 고생하셔서 가져오신 청경채는 어제에 이어서 오늘까지 데쳐서 급속냉동을 해 놓으면 국거리 걱정이 한결 덜어질 것입니다.

상추가 맛있게 보여서 한 상자를 샀습니다. 4킬로 한 상자에 만 삼천 원을 주었습니다. 식당 매출이 줄어서 상추 소비가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추가격이 낮다고 합니다. 우리 손님들께 대접할 수 있어서 좋지만 식당 운영하시는 분께는 조금 미안합니다. VIP 손님들은 상추를 참 좋아하십니다.

오늘은 된장국에 배추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시금치나물과 쑥갓 겉절이, 고추장아찌와 어묵볶음, 달걀 프라이와 상추와 쌈장입니다. 그리고 후식은 바나나입니다.

겨울이 다가옵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들이 사는 집의 보일러를 손 봐드려야 합니다. 연탄을 떼는 집은 연탄도 마련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도시가스로 난방을 하는 집에는 아껴 쓰라고 당부합니다. 경유 보일러를 쓰는 집은 기름도 넣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민들레 식구들이 아직은 비싼 기름을 넣을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껴 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잘 차려 입은 신사 양반이 국수집을 들어섭니다. 스스럼없이 접시에 밥을 담습니다. 어디에 사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국수집 근처에 있는 원룸에 세 들어 산다고 합니다. 쌀도 떨어지고 가스도 끊어졌다고 합니다. 전기와 수도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쌀이 없어서 밥을 못 해 먹었다고 합니다. 식사를 하시라고 했습니다. 밥을 참 맛있게 먹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에 신세 한탄을 합니다. 나이는 쉰 넷인데 10여 년 전에 사업이 망했다고 합니다. 이혼을 했고 두 딸은 아내가 맡았다고 합니다. 시골 농장에 내려가서 일해서 딸아이들 학비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느라 한 푼도 모을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병이 들었습니다. 척추 측만 관절 무엇이라고 합니다.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시집 간 두 딸이 방세는 보내준다고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봤지만 딸네 가족의 수입이 기준보다 넘어서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푸드 뱅크에서 먹을 것을 조금 도와준다고 합니다. 쌀을 조금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전기밥솥이 있다고 합니다. 김도 조금 드렸습니다. 식사도 자유롭게 하러 오시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