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인생입니다. 이런 인생살이에서 어떤 것이 가장 확실하게 우리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인지 생각합니다. 그것은 성모 마리아처럼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12월 16일 저녁에는 민들레진료소 송년모임이 있었습니다. 한 해 동안 수고하신 민들레진료소 소장님이신 조순구 교수님과 의료진 분들을 모시고 조촐한 삼겹살 파티를 했습니다.

처음 민들레진료소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했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파스 한 장만 얻었으면 원이 없겠다고 했습니다. 의사선생님께 진찰만이라도 한 번 받아봤으면 원이 없겠다는 손님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조순구교수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필요한 약도 없었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착한 마음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민들레진료소가 시작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동참하시고 간호사 선생님들과 약사 선생님 그리고 고마운 분들이 몰려오셨습니다. 필요한 약도 넘치도록 생겼습니다. 어려운 다른 진료소에 약을 나눠드려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손님들도 많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들은 의사선생님이 너무 실력이 좋으셔서 아팠던 몸이 다 나았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이제는 진료가 있는 날이면 손님들이 몰려와서 덩달아 민들레국수집도 바빠집니다. 얼마 전에는 꿈에 그리던 민들레 치과까지 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젤라 자매님께서 한우 소머리를 세 개나 보내주셨습니다. 오늘부터는 우리 손님들께 소머리국밥을 대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