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토)

민들레국수집은 화도고개 마루에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꽃섬고개입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겨울에는 찬바람이 씽씽 붑니다 오늘은 바람이 유난히 세게 붑니다 밖에서 깍두기를 담그려다가 너무 추워서 내일 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동천혼에서 보내주신 짜장을 뜨거운 물에 중탕해서 데웠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짜장밥을 아주 좋아하십니다 그 많던 짜장이 금새 동이 났습니다 민들레의 꿈 공부방에도 한 냄비 내려보냈습니다 공부방에서는 저녁 메뉴로 알밥을 했습니다

검암동 성당 빈첸시오회에서 보내 주신 운동화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우리 손님 한 분이 망설이다가 혹시 운동화 하나 있는지 물어봅니다 자기 발에 맞지 않는 다 떨어진 안전화를 신고 있는데 발이 너무 아프다고 합니다 맞는 운동화를 찾아서 새양말과 함께 드렸습니다양말벗은 발이 애처롭습니다 새양말 신고 운동화를 신고 좋아서 콩콩 뛰어봅니다.

오늘은 우리 손님들 발을 살펴보다가 떨어진 신발이나 슬리퍼를 신은 손님들에게 맞는 운동화를 신겼습니다

고마운 분이 40킬로 쌀 세 포를 보내주셨습니다

민재엄마가 음식만들기에 꼭 필요한 간장과 고추장 그리고 다시다 등등을 한아름 선물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참 고마운 도움을 주셨습니다

일흔 셋 할머니가아들과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이혼했고 빚이 많습니다 회사에 다니는데 석달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단칸방에서 사는데 몇 달째 월 10만원의 월세를 못내어서 제가 대신 내어주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할머니가 감기에 걸려서 약값으로 이만원을 빌려드렸습니다 그러니 어려움이 있어도 미안해서 제게 더 말을 못한 모양입니다

민재엄마와 함께 집에 가 보았습니다 할머니가 휴대용 가스렌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무엇인가 끓이고 있습니다 아니 가스렌지를 안 쓰고 비싼 휴대용 가스렌지를 쓰는지 물어보았더니 LPG가스가 떨어져서 그렇답니다 빈통입니다 몇 달째 삼만 팔천 원 하는 LPG를 살 수 없어서 비싼 휴대용 부탄 가스를 사서 쓴 모양입니다 기름 보일러는 돌아가는지 물어보았더니 너무 추워서 석유 한 말 사서 넣었다고 합니다 다섯 말들이 기름통에 겨우 한 말 넣었답니다

민재엄마가 엘피지 가스를 한 통 신청하고, 보일러 기름도 가득 채워달라고 신청했습니다할머니가 이제 겨울을 걱정없이 날 수 있다면서 미안해 합니다 방에 온기만 있어도 전기장판을 켜면 겨울을 날 수 있는데 온가가 아예없으면 전기장판만으로 견디기는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민재어머니, 고맙습니다 꽃섬고개의 바람이 훈훈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주헌씨가 두 달이나 금주를 하다가 지난 15일에 그만 술을 마셔버렸습니다 어제부터 다시 술을 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제 빨래하고 방을 치우더니 오늘은 면도도 말끔히 하고 깨끗하게 하곤 국수집으로 왔습니다 그래요 다시 시작하면 돼요!

주헌씨가 변했습니다술에 취해 있어도 얌전합니다 술에 취해 있는 기간도 짧아졌습니다 또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멋진 청년이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와서 설거지하다가 갔습니다 그리고 스물 한 살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민들레의 꿈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어울려주었습니다 참 대견스럽습니다.

오후 다섯시 삼 분 전에 손님이 왔습니다 서울에서 왔습니다 밥을 차려드렸습니다 잠깐이나마 갈등이 있었습니다 다섯사에 문을 닫고 출발해야 약속시간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익동의 고마운 분께서 쌀을 주셔서 다섯 시 반에 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성욱씨에게 맡기고 출발했습니다.

쌀을 싣고 집으로 가는 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저도 차를 민들레국수집으로 돌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길이 잘 뚫렸습니다 화수동 주민센터 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라고 하십니다 여덟 분이 두 대의 차량으로 찾아오셨습니다 몇 달을 쓸 수 있는 조미료들, 맛있는 젓갈들, 주방세제, 참기름과 깨소금, 설탕과 밀가루 등등 기분이 참 좋습니다차도 한 잔 대접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