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일 일요일이고 정월 대보름 비가오고 바람이 붑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 뿐인 우리 VIP 손님들은 비가오면 갈등에 휩싸입니다 옷을 적시면 갈아입을 옷도 없고, 아끼고 아껴 입은 오래된 옷이 비를 맞으면 냄새도 심하고.. 차라리 고픈 배를 움켜잡고 참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비가 그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비를 맞고서라도 밥을 드시러 오기도 합니다

김치가 없네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관심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무나물, 시래기 나물, 취나물, 고구마순 나물, 피마자잎 나물, 고사리 나물 그리고 햄 부침이 잔뜩 있는데도 김치를 찾는 분이 계십니다 오늘은 정월 보름이고요 김치 안 드시는 날입니다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오곡밥이 찹쌀이 들어가서 찰집니다 평소처럼 밥을 그릇에 담다가는 고생을 하게 됩니다 미리 찰밥이니 알맞게 드시도록 알려드렸습니다 그래도 어떤 분은 평소처럼 밥을 잔뜩 담았다가 고생 좀 하셨습니다.

주헌씨 머리를 손질해 주고도 유리문을 깨어지는 행패를 당한 미장원 주인 아주머니께서 수리비로 오만오천원만 받으셨습니다 주헌씨는 어제 가게마다 구걸을 다니면서 만 원은 벌었다고 자랑했는데.. 새벽까지 동인천 역 근처에서 이슬을 마시다가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합니다.

주차 라인이 그려진 도로에 주차 라인 안에 제대로 주차를 해 놓았는데, 자기 집 출입구를 막았다면서 대뜸 욕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패를 보니 "천주교 교우의 집"이란 표시가 붙어있습니다 표시를 붙이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춤할아버지는 민들레국수집 VIP 중에 최고령자이십니다 여든 여섯이십니다 비가 오는데도 식사하러 오셨습니다 계란 프라이 두 개를 해 드렸더니 어찌나 잘 드시는지요 춤 할아버지는 200년도에 오랜 혼자의 생활을 접고 예쁜 할머니랑 살림을 차렸는데 신혼의 단꿈이 깨기도 전인 한 달도 채 안 되어서그만 할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서 지금껏 병구완을 하시면서 할아버지는 우리 집으로 식사하러 오십니다 할머니가 운이 좋으신 것인지 춤할아버지가 운이 나쁘신 것인지

용자할머니가 틀니가 아파서 빼고 사십니다 치아가 하나도 없으신데도 죽을 한사코 거절하십니다 전복죽을 쒀 드릴 수도 있고 소고기 죽을 끓여드릴 수 있다고 해도 밥이 좋다면서 밥을 드십니다.

석분 할머니가 백화점에 청소일을 하고 오시다가식사를 하러 오셨습니다 아들네가 빚이 많아서 거들어주느라 청소일을 나가십니다.

보살 할머니께서 혹시 나물이 있나 오셨습니다 갖은 나물 챙겨드리고 밥도 담아드렸습니다 그리고 계란 프라이를 두 개나 해서 담아드렸습니다 혼자 사시니 밥 하시기도 이젠 귀찮다 하십니다 연세가 여든여섯이나 되십니다따님이 스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