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목)

어제 저녁 늦게 고마운 분이 도가니를 한 상자 선물해주셨습니다 사골 국물에 도가니까지 넣어서 푹 고으면 우리 손님들 몸보신이 될 것입니다 푹 고은 국에 밥을 말아드시면 참 좋습니다.

금요일에 청송 소풍을 다녀오려면 오늘은 푹 쉬어야 합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새마을 계양지부 사무국장님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민들레국수집에 김치 열 상자를 나눠주시고 김도 큰 상자로 네 상자를 나눠주셨습니다 국수집에 들려서 김치 받아놓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푹 쉬었습니다

모니카가 오늘 드디어 청국장을 맛있게 먹습니다 지난 번에는 추어탕에 도전하더니 이번에는 청국장에 도전했습니다 참 맛있다고 합니다 마음이 열린 사람들이야말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12월 5일(금)

새벽 네 시에 일어났습니다 서둘러 세수하고 나왔더니 대성씨는 일산 봉사자 형제님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온바드리시오 형제도 왔습니다 조 베드로 형제도 왔습니다 떡과 과일을 제 차로 옮겨 싣고 4시 20분에 청송을 향해서 출발했습니다.

일산 봉사자 형제님과 바드리시오 형제님 그리고 조 베드로 형제님은 오늘 생전 처음으로 교도소에 들어가 봅니다

평상시보다 조금 일찍 가랫재 휴게소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휴게소에서 커피도 한 잔씩 얻어마셨습니다 앞으로는 청송 올 때마다 커피는 공짜로 대접하겠다고 착한 휴게소 사장님이 말씀하십니다.

오전에는 청송교도소에 들어갔습니다 교육교화과 사무실에서 우리 형제들을 기다리는데 형제들이 교도관 인솔하게 왔습니다 한 형제가 저에게 큰 선물을 해 줍니다 페트 병에뜨거운 물을 담은 것입니다 손을 녹이라면서 저에게 줍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 뜨거운 물이 담긴 페트병은 목숨과도 같습니다 그것을 저에게 나눠줍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몇년전만 해도 교도소 자매상담을 갈 때 음료수는 꼭 포카리 스웨트로 장만했습니다 포카리 스웨트 음료수 병이 뜨거운 물을 담기에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감옥에 있는 형제들이 이 페트 병 하나만 있으면 부러울게 없을 정도였습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내년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청송 교도소를 나와서 민원실에서 형제들 영치금을 넣어주고 다시 진보로 나와서 청송교도소에 들어갈 때 형제들과 나눌 과자와 반찬을 좀 더 샀습니다 케이크도 하나 샀습니다 무기징역을 사는 형제의 소원이 치즈가 먹고픈 것이어서 치즈도 몇 개 사서 숨겼습니다 규칙을 어기는 것입니다 범칙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모르게 살짝 전해 줄 작정입니다 스릴 만점입니다 껌도 몇 개 사서 주머니에 숨겼습니다 그런 다음 형제들과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청송교도소에 갔습니다 검문 검색이 철저합니다 얼마 전에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음식물 반입하면서 담배를 넣어들어가다가 걸렸다고 합니다 치즈와 껌을 숨긴 제 안 주머니만 건드리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살짝 치즈와 껌을 귀신도 모르게 전해주었습니다 절대 따라하면 안됩니다

아까돌아 형제도 징벌방에 안 가고 나왔습니다 케이크를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요 우리 형제들은 찹쌀떡도 생전 처음으로 맛있게 먹어본다고 합니다 음료수는 교도소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새로운 상품의 우유를 가져갔습니다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민원실에 가서 영치금을 넣어주고 인천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바드리시오 형제가 운전을 도와주었고요 마지막에는 조 베드로 형제가 운전을 맡아주었습니다 조 베드로 형제는 택시 운전 경력도 있어서 어찌나 부드럽게 운전을 잘하는지요 일곱 시 오십 분쯤에 아주 일찍 인천에 도착했습니다

아파트 상가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가게 문을 닫고 오신 베로니카께서 계산을 치러주셨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12월 6일(토)

조금 늦게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왜냐면 어제까지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에 원고를 보내야하는데 청송 다녀오느라 보내질 못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원고를 써서 보내느라 늦었습니다 그런데 국수집이 난리가 났습니다 수도가 얼어 터졌습니다 춥긴 춥습니다.

우리 손님들도 새파랗게 질려서 왔습니다 밤새 떨어서 힘이 빠졌습니다 밥을 어찌나 많이 드시는지 오늘 쌀은 80킬로가 넘게 들어갔습니다 전기밥솥이 고생 꽤나 했습니다 반찬도 걱정스러울 정도로 많이 나갔습니다 사골 곰국인데도 참 많이들 드셨습니다.

얇은 옷을 입고 오들오들 떠는 손님도 있습니다 옷을 나눠드리고, 신발을 나눠드리고, 양말도 나눠드렸습니다 첫 추위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영희 할머니가 카트를 끌고 왔습니다 어제 얼마 버셨어요 00원 벌었다고 합니다 신발이 다 떨어졌습니다 추워서 죽는줄 알았다고 합니다 운동화를 신겨 드렸더니 좋아하십니다 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엉겁결에 받아보니 2만원을 손에 쥐어줍니다 할머니 이건 못 받겠어요 꼭 받아달라고 합니다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세상에!

밤에는 과천 성당에 가서 대림절 특강 강의를 했습니다.

12월 7일(일)

아침에 눈이 내렸습니다.

오후까지 눈이 계속 내리면 베로니카와 데이트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눈이 오전에 그쳤습니다.

수관맘께서 김밥을 싸 오셨고요 은찬이 부모님이 오셔서 선물을 주셨스니다. 은찬이가 엄마 태중에 있을 때 왔는데 벌써 은찬이가 돌이 지났습니다 고맙습니다.

경희 할머니가 오후 세 시에 점심도 못 드셨다면서 국수집에 왔습니다 달걀 프라이 두 개 해 드렸고요 도가니 탕을 드렸더니 밥 말아서 아주 잘 드십니다 신발이 하도 추웝여서 운동화를 신겨드렸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김치도 한 상자 가져다 드렸습니다

성당에서 옷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다 나눠드리고 이제 더 나눠드릴 옷이 없었는데 걱정이 없게 되었습니다

민들레의 꿈 공부방에 갔더니 방이 따끈따끈하다면서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공부방이 너무 춥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가 봤더니 난방수온을 40도 정도에 맞춰놓고 보일러를 가동했으니 추울 수 밖에요! 난방수온을 85도로 맞춰 놓았더니 아이들이 방이 따끈하다며 신기해 합니다.

12월 15일이면 옆집 냉동창고가 비워집니다 그러면 민들레국수집도 옆집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보증금도 마련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