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절도 없는데 주머니에는 돈이 한 푼도 없고, 배는 고픈데 날씨마저 춥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생각해봅니다.

민들레국수집에 불이 켜 있으면 배고픈 손님들이 무작정 들어옵니다 그리고 곧바로 밥솥 뚜껑을 엽니다 시계를 보는 법도 없습니다 사람이 있는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밥솥만 보입니다 그렇게 배가 고픈 우리 손님입니다.

아침 일곱 시인데도 날이 밝아지지 않습니다 깜깜합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국수집에 왔습니다 푹 고은 사골국물이 가득 담긴 국솥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리고 쌀을 씻어 솥에 안쳤습니다

밥이 뜸이 들자마자 민들레 식구들 식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식구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 틈엔가 손님 한 분이 들어오셔서 밥을 접시에 담고 있습니다 배가 고프신지 물어봤습니다 어제 저녁도 못 먹고 밤새 떨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배가 고프셨을까!

얼마 전에는 월요일이손님들로 제일 많이 붐볐는데 이제는 그런 구별도 없습니다 모든 날이 붑빕니다 토요일과 주일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오십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맨밥만 접시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사골국물 한 그릇으로 식사를 하십니다 치아가 하나도 없습니다 맛있다면서 국 한 그릇 더 가져다 드시곤 잘 드셨다고 합니다.

오늘은 동윤 씨 딸을 우리 집에 초대하는 날입니다 방학 때마다 이삼일 정도 집에 초대하면 아이가 그렇게도 좋아합니다 아이는 사골국물을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