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사람에게는 밥 한 그릇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 대접 해 드리는 것입니다

가난해서 가진 것이 없다고, 배운 것이 모자란다고, 아는 사람이 없다고 무시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빵보다 장미가 간절합니다.

전기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도시가스 배관공사도 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공사도 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일은 새민들레국수집에서 음식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설거지하고 손님들이 식탁에서 식사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새민들레국수집의 주인님을 모셨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입니다 예수님도 노숙자셨습니다 우리 예수님은 노숙을 한다는 이유로 우리 손님들이 무시당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실 것입니다 신포동 성바오로 서원에 가서 성당에 다니지 않는 우리 손님이라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실 십자고상을 찾았는데, 아예 제가 찾을 필요도 없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예수님의 벗들인 우리 손님들도 좋아할 것입니다.

어제는 안젤라자매님께서 보내주신 한우 소머리를 푹 고았습니다 고기도 잘 익혀서 건져놓았습니다 오늘은 먹기 좋게 고기를 저미고 점심때부터 손님들께 소머리탕을 내어드렸습니다 국 한 그릇 더 들고 싶어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내일까지 충분히 대접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갑자가 추워진 날씨입니다 손님들은 몰려들고요 손님들이 식사하실 자리는 여섯 좌석 뿐이고, 꽃섬고개에는 찬바람 쌩쌩 불고요 아무리 우리 손님들이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고 하지만 그 차이야 얼마 나겠습니다 참 견디기 힘든 날입니다 기다리는 분들 생각해서 오늘 하루만 조금씩 양보하면서 식사하자고 사정했습니다 담배 한 개피 드리면서 기다림을 달랬습니다 오후에야 먼지 나는 곳이지만 공사하는 틈에 자리 만들어서 기다리는 손님들 식사하도록 했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정성으로 새 민들레 국수집이 마련되었습니다 민들레집 식구들도 밤늦게까지 자기일처럼 열심히 하고요 우리 대성씨는 입술이 부르텄습니다 새벽 네시부터 청소하고 밤 열시 반까지 작업하고 낮에는 국수집 손님들 시중들고요.

페인트 맡아서 하시는 분은 절반만 받으시고요 목수일을 하시는 분도 절반만 받으시고, 바드리시오 형제는 화장실과 여러 가지 일들은 자부담해서 하고요 전기공사는 유사장님이 무상으로 하시고요 참으로 고마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어제는 가구점에 가서 우리 손님들 식탁을 마련했습니다 4인용 식탁 6개입니다 그리고 봉사자를 위한 수납장도 마련했습니다 예수님의 벗들이 앉으실 품위 있는 식탁입니다 아쉬운 것은 등받이 있는 의자가 아니라 등받이 없는 사각 의자입니다

오늘은 가스렌지와 싱크대의 자리를 완전히 잡은 다음에 필요한 음식조리대와 선반들을 주문했습니다

우리 손님들도 새 민들레국수집을 들여다보고 기분 좋아하십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고마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2월 28일(일) 오후 6시에 동인천 역 근처에 있는 방호정에서 새 민들레국수집 이전기념 겸 송년모임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