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할아버지는 경로식당이 문을 닫는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밥을 드실 곳이 없답니다.

82세 할아버지는 인천 남구 숭의동에서 혼자 사십니다 근처에 마땅하게 식사하실 곳이 없어 동구에 있는 경로식당을 찾아왔더니 남구 사람이라면서 식사하실 수 없다고 합니다

동암역 근처인 십정동에서 식사하러 오신 분도 계십니다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서 매일 식사하러 오시는 분, 성북구 보문동에서 식사하러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화수동에 사시는 할아버지는 혼자 쪽방에 사십니다 노령연금 8만원 받는 것이 수입의 전부입니다 일흔 두살이십니다 장성한 아들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못하십니다.

86세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십니다 할아버지가 아프십니다.

95세 할머니는 만석동에서 혼자 사십니다 쌀을 한 포만 줄 수 없는지 물어봅니다 10킬로 한 포를 드렸더니 등에 매고 신이 나서 가셨습니다 쌀이 떨어지기 전에 또 말씀하시라고 했습니다.

75세 할아버지는 월세 20만원짜리 방에서 삽니다 전기장판과 선풍기 비슷한 전기난로로 겨울을 나셨습니다 라면을 끓여드실 줄은 안다고 합니다 라면 한 상자를 드렸습니다.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신 백여 명이 넘는 65세 이상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면담했습니다 전부 찢어지게 가난한 분들입니다 이제 민들레국수집은 그만 오시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분이 한 분도 없습니다 민들레국수집 근처에 경로식당이 몇 군데 있으니 경로식당마저 갈 수 없는 젊은 노숙인들에게 양보해 달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노숙 손님들보다도 처지가 더 어려우신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어제와 오늘 민들레 국수집을 찾아오신 젊은 손님들을 이백 여 명을 만났습니다 이름과 나이를 여쭈어봤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역에서 지내시는지, 노숙을 하시는지 쪽방이나 찜질방에서 지내시는지, 단칸 월세방에서 지내는 분들과 고시원에서 지내는 분들, 여인숙에서 지내시는지 알아봤습니다.

동인천역과 주안역, 부평역에서 노숙하시는 분들과 부천역에서 노숙하시는 분들, 서울역과 영등포역, 용산역과 을지로와 시청역과 드롭인 센터에서 지내는 분들, 멀리 분당과 수원역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김삿갓처럼 정처없이 다니시는 분도 계십니다.

노숙하시는 분의 나이는 적게는 2세부터 80세까지 입니다 거의 40중반에서 50대가 대부분입니다.

여인숙이나 쪽방 그리고 셋방은 15만원에서 25만원 사이의 월세를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거의 천오백여 명이 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오시는 분이 200여 명이 넘습니다 하루에 두세 번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리고 일주 일에 한두 번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하루에 보통 00 명에서 500 명이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한 분이 두 번 오시는 경우 두 명으로 계산).

참 손님들이 맛있게 드십니다 꿀맛인양 드십니다

민들레 국수집을 도와주시는고마운 분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매일미사 책에 실린 오늘의 묵상 글입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프랑스의 아베 피에르 신부는 평생을 집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며, 살아 있을 때 이미 살아 있는 성자 로 불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쓴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구분은 신자 와 비신자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구분은 홀로 족한 자 와 공감하는자 , 곧 타인의 고통 앞에서 등을 돌리는 자 와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자 사이에 있다 어떤 신자 들은 홀로 족한 자 들이며, 어떤 비신자 들은 공감하는 자 들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라고 샤르트르는 말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 반대라고 확신한다 타인들과 단절된 자기 자신이야말로 지옥이다 그와 반대로 천국은 무한한 공감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곳은 하느님의 빛에 에워싸인 채 나누고 교환하는 데서 오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영생과 심판에 관해 이렇게 말을 합니다 "영생은 죽음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타인의 기쁨과 고통에 공감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자신에 만족한 채 매일매일을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 바로 현재의 삶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심판할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만든 자기 자신의 모습, 곧 홀로 족한 자인가 아니면 공감하는 자인가를 보게되는 광명의 순간이 바로 심판이 될 것이다 인간은 이미 자신의 심판관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단순한 기쁨> 에서).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최후의 심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굶주린 사람들, 헐벗고 목마른 사람들, 병든 사람, 나그네와 감옥에 갇힌 사람으로 나에게 다가오십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해 준 것이 주님께 해 드린 것이며,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주님께 해드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주님 앞에서 심판받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살아온 모든 것, 곧 홀로 만족하며 살았는지, 남과 나누면서 살았는지로 심판하실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원한 생명은 우리가 죽은 뒤에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가장 작은 이들을 통해서 지금 여기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