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년 기축년 첫번 째 민들레국수집을 여는 날입니다 1월 1일과 2일 이틀 동안 우리 손님들이 무척 배가 고프셨을 것입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국수집에 갔습니다 대성씨와 성욱씨가 미역국은 끓여놓고 밥도 해 놓았습니다 미역국 솥은 120리터들이 국수집에서 제일 큰 국솥입니다 반찬을 담고, 미역국 간을 맞추고 배추김치를 썰어 담고 있을 때 서울에서 두 분 봉사자께서 오셨습니다 아오스딩 형제님과 친구분입니다

반찬 준비가 되자마자 국수집 문을 열었습니다 아홉 시 사십 분인데 대여섯 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사할 틈도 없이 밥을 푸십니다 어제 뭘 좀 드셨는지 물어보았더니 겨우 라면 하나 드셨답니다 새해 첫날에는요 라면 하나 드셨답니다

온종일 세 분이 설거지 하시느라 바빴습니다 자매님은 국을 담아 드리고 돼지 불고기를 접시에 담아드리느라 허리 한 번 못 굽힐 정도였습니다 대성 씨는 상을 닦고 후식으로 귤을 나눠드리고 밥솥을 바꾸고 쌀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가다 자매님과 바울라 자매님은 보조 주방에서(전의 민들레국수집 주방은 계속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선호씨와 성욱씨와 함께 반찬 만들기를 계속했습니다 안드레아 형제는 온종일 마늘을 찧었습니다.

저는 손님들 시중도 들고 물도 날라드리고, 반찬과 설거지 하는 것 잔소리 하고요 시장 다니면서 시금치와 무, 대파, 풋고추 등등을 사서 나르고 참새 손님들 밥도 나눠주고 그러면서 동동거렸습니다.

봉사자들 점심 대접하는 것이 전에는 참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함께 점심을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오늘은 정육범 재호씨까지 열 두 분이나 됩니다 거기다가 우리 손님들이 밖에서 기다리지 않고 함께 식사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합니다 봉사자 중에서 한 분이라도 식사를 마치면 잠시 기다리던 손님들을 다시 모셔서 식사 대접을 합니다

점심 무렵에 두 분의 선생님과 학생 두 명이 함께 찾아오셨습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동부 밑거름 야학에서 오셨답니다 식사 하신 다음에 정육점에서 차 한 잔 나눴습니다 선생님께서 봉투를 주십니다 야학에서 공부하시는 어머니들이 숙제를 못 해 오시면 벌금으로 오백 원을낸다고 합니다 그 벌금을 모아서 민들레국수집에 후원하기로 했답니다 십만원이 들어있습니다동부 밑거름 야학 어머니들 고맙습니다!

오후 4시 50분에 마지막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고민입니다 치아가 하나도 없으신 분입니다 식사 시간이 길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을 끓여드리겠다고 해도 죽은 싫다고 합니다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빨리 드셔서 다섯 시 이십 분에는 문을 닫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는 유황 먹인 오리를 좋아해서 몇 마리를 사다 먹었답니다 그런데 오리 뼈가 남아서 버리기는 아깝다고 합니다 뼈에 살도 많이 붙어 있다고 합니다 냉동실에 넣어 두었는데 민들레국수집에서 가져다가 손님들 끓여드리면 어떻겠냐는 것입니다 유황 먹여 키운 오리라서 오리뼈도 몸에도 좋을것 같아서 전화했다고 합니다 전화하신 분에게 오늘 민들레국수집에서 소고기 미역국을 끓였는데 120리터들이 국솥에 한솥 끓였는데 거의 다 드셨거든요 오리탕을 하려면 유황먹인 오리가 이삼십 마리는 있어야 할텐데요 전화하신 분은 계속 유황 먹인 오리의 뼈고 살도 많이 붙어 있다는 것만 강조합니다 한참을 제가 머뭇거렸습니다 그제야 전화를 끊습니다 휴^^

옆에서 전화를 듣던 월요일마다 달걀 두 판을 국수집에 가져오시던 우체부 아저씨가 이야기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눔이란 것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여분의 것, 필요없는 것, 남는 것을 주는 것을 나눔이라고 알고 있다고 합니다 나눔이란 자기의 귀한 것을 나눠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눈다면서 먹을 수조차 없는 버리기는 아깝고 생색이나 내고 싶어서 주는 것은 참으로 당황스럽습니다 우체부 아저씨는우편 배달 일을 하면서 월요일 점심은 굶는다고 합니다 지난 해부터는 매달 점심 네 끼니 이만원을 저금했다가 1년이 되면 24만원과 이자 조금 붙은 것을 국수집에 드렸고, 올해도 몇 달 더 있으면 일년되니까 모아서 또 드리고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나누면 사랑이 피어납니다 이렇게 멋진 일을 하는데 정말 귀한 것으로 나누어야겠습니다 김남주 시인의 "사과 하나 반으로 나누는" 그 사랑이 우리를 살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