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 문을 연 이래 오늘처럼 많은 손님이 오시기는 처음입니다 참 많이도 오셨습니다 밥을 얼마나 많이 했나하면 100Kg이 넘게 밥을 하고도 모자라서 라면을 끓였습니다 미역국은 120리터를 끓였는데 이 정도의 양이면 평소의 이틀 손님들을 대접할 수 있는 양입니다 그런데도 모자랐습니다 오늘 자원봉사자만 저를 포함해서 12명이나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처음 열었을 때 손님들이 이토록 많이 오셨다면 그날로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많이 오셨습니다.

손님이 많이 오면 반찬 만들기도 참 힘들텐데 희한한 일도 일어납니다 인천에는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식품검사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동구청의 고마운 분의 추천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그곳에 가서 채소를 선물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처음 갔습니다 싱싱한 채소들입니다 봉동 15킬로 1상자, 시금치, 상추, 버섯, 애호박, 돗나물, 쪽파, 깻잎을 실어왔습니다 오늘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우리 손님들이 좋은 채소를 자주 맛보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서울 가톨릭 학생회 소속의 대학생 두명이 예수살이 형제님과 함께 처음 국수집에 왔습니다 평생 해야할 설거지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배고픈 사람이 많은 것을 처음 알았다고 놀랍니다 또 멋진 부부께서 잘 도와주셨고요

동천홍에서 보내주신 짜장은 빅 히트였습니다 오전에 조금씩 드렸는데도 금새 그 많던 짜장이 비워졌습니다 아주 소식하시는 손님인데 짜장이 너무 맛있어서 조금 더 달라고 했는데 없다고 해서 삐져서 그냥 가버렸습니다.

서울에서 온 손님이 제가 어디서 오셨는지 묻는다고 화를 냈습니다 밥 먹으러 온 것도 죄냐고 합니다 그래서 어디서 오셨는지 물어보는 것도 죄냐고 되물었습니다 식사 마치고 나오는 손님에게 담배 드려요 물어보고좋다고 하면 드렸습니다 담배 드려요 하는 것도 죄냐고 물었습니다 삐져서 밥 안 먹고 돌아갔습니다.

며칠 전에 정부에서 지원받으면서 왜 공평하게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않느냐며 욕했던 손님이 왔습니다 그냥 봐 줬습니다 또 지난 해에 욕하고 싸웠던 사람도 왔습니다 몇 달 지났으니까 자기를 몰라 볼 줄 알았나봅니다 식사 끝나고 담배 하나 권하면서 왜 욕하고 그랬는지 물어보았더니 잘못했다고 합니다.

동네 새마을부녀회에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서 필요하니 쌀을 좀 달라고 합니다 다섯 포를 드렸습니다 동사무소에 갔더니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줄 쌀을 좀 도와달라고 합니다 열 포를 드렸습니다 워낙 가난한 동네라서 쌀이 필요한 가정이 너무 많습니다.

송세환 모세 어르신께서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전세계약서와 전세집의 열쇠입니다 방 한칸뿐이지만 아주 작은 독채입니다 관리운영권을 넘겨주셨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될 사람을 위해 써 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월세를 받으시면 반을 뚝 떼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쌀이라도 보태라면서 도와주셨습니다 민들레식구들 방세 마련하는 것이 안타까우셔서 어르신께서 없으신데도 불구하고 전세집 하나 얻어 도와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일 호주로 여행을 갑니다 봉사자들에게 맡겨 놓고 다녀옵니다 푹 쉬면서 민들레국수집이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을 잘 모방하도록 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