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설 다음 날입니다 아홉 시에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수녀님께서 아홉 분이나 오시는 날입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체칠리아 자매님과 로사리아 자매님도 오시기로 했습니다 민들레 식구들도 많이 모이기로 했는데.. 옥상방에 꽉 차버린 옷을 나누는 작업을 해야겠습니다.

반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 손님들이 이른 시간인데도 밖에서 기웃거립니다 어제 설날에도 굶고 오늘은 연휴가 계속되는 날이라서 아침 먹을 때도 없으니 국수집으로 빨리 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 준비는 안 되었지만 식사를 하시도록 했습니다 오전 아홉 시 이십 분인데 국수집이 꽉 찼습니다 어제 뭘 드셨는지 물어보았더니 그제 얻은 컵라면 먹은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아홉 시 사십 분입니다 아무래도 수녀님들이 국수집 찾아오시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마중을 나갔습니다 거의 도착했을 때 수녀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수녀님께서 전화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을 몰랐다며 놀라워하십니다.

아홉 분의 수녀님이 떡국을 끓이시고 손님들께 상차려 드리고 설거지를 하고 반찬 담는 것을 거들어 드리고.. 우리 손님들이 오늘에야 VIP 대접을 제대로 받습니다.

지언맘께서 혹시나 봉사자가 없을까봐 아기들을 바깥 양반에게 맡겨놓고 왔습니다 그런데 봉사자가 많으시니까 안심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일곱 살 지언이가 받은 세뱃돈으로 비타 500을 한 상자 사오셨습니다 봉사자들께 나눠드렸습니다 지언아! 고맙다^^

민들레국수집 구관에서는 달걀 지단을 부치고 동그랑 땡도 부치고 여덟 분의 봉사자들이 추운 곳에서 힘들게 일하셨습니다 민들레 식구들은 우리 손님들께 옷 나누는 일을 했습니다 손님들이 식사하러 오셨다가 옷들을 보고 반색을 합니다 먼저 식사를 한 다음에 옷을 고.골르도록 했습니다 배 부르면 욕심을 버리기가 쉽습니다 그 많은 옷들이 전부 나누어졌습니다.

서울에서 설 전후로 떡국을 지겹도록 먹었다면서 밥을 먹겠다고 합는 분이 있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떡국을 조금이라도 맛보고 못 들겠으면 그때 밥을 드시라고 했습니다 한 그릇 먹어보더니 그래 이맛이야 정신없이 한 그릇 비우고 또 한 그릇을 더 달라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의 떡국 국물은 한우 사골과 양지머리로 푹 고아 만든 감칠맛 나는 육수에다가 맛깔스런 고명까지 듬뿍 올린 떡국이기에 맛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손님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수녀님들이 오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손님 대접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점심 시간에 잠깐 봉사자들이 식사를 할 틈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오후 세시 쯤 수녀님들이 돌아가시고 빈 자리를 다른 봉사자들이 맡아서 손님들을 대접했습니다

오후 다섯 시에 하루 일과가 끝이 났습니다 그 많은 반찬들.. 김치와 콩나물, 숙주나물, 고사리 나물, 부추김치, 순무김치, 소세지 부침, 동태전, 동그랑땡 그리고 우리밀 소보르 빵과 귤.. 모두 나누었습니다 이제는 새 민들레국수집으로 이사 오기 전의 상황과는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새로오는 우리 손님들 배고픔을 덜어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