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는 참으로 좋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

이 세계는 참으로

좋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 

만일 이원주의적인 휴머니스트들이 

사람들에게 인간적이 되도록 노력했다면. 

이 세계는 참으로 

좋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 

만일 인격주의적인 유신론자들이 

하느님이 그들에게 바랬던 것처럼 

그들의 형제들을 지켰더라면. 

이 세계는 참으로 

좋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 

만일 근본주의적인 개신교인들이 

산상수훈을 살아내려고 노력했다면. 

이 세계는 참으로 

좋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 

만일 로마 가톨릭인들이 

앗씨시의 프란치스코처럼 살려고 노력했다면. 

이 세계는 참으로

좋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

-피터 모린-

2월 25일(수)

사람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라! 재의 수요일입니다.

200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서울구치소 천주교 집회를 떠났습니다 거의 십여년만에 서울 구치소 천주교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민들레국수집에 가서 식사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윤 기장님이 오셔서 계란말이를 부탁했습니다 대성씨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서울구치소로 출발했습니다.

서울구치소 가는 길에 최고수 형제를 면회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12시에 면회를 예약해 놓았습니다 영치금 조금 넣어주고 12시에 프란치스코 형제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녹화하기 때문에 교도관이 감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번 면회에는 교도관이 배석했습니다 사형제 논란 때문에 프란치스코 형제가 좀 힘들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얼마나 법과 규칙을 따지는지 징역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10분이 눈 깜짝 하게 지나갔습니다 5월달에 베로니카와 함께 다시 면회오기로 했습니다.

강당에 가서 강의를 했습니다 확실히 감옥 분위기가 딱딱해졌습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기기 위해서는 세찬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인데 감옥에서는 세찬 바람이라야 외투를 벗길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오후 4시 0분에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이 잘 지냈다고 합니다

2월 26일(목)

편안하게 쉬는 날입니다

오후에 만수동 한마음회에서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냅킨 세 상자입니다

다현이 아빠와 채연이 아빠와 함께 삼치골목에 갔습니다 멋진 벗들과 함께 막걸리 마시는 자리인데 맹물만 먹으면서 어울리려니 참 힘이 듭니다.

지난 2월 1일부터 금주를 시작했습니다 제일 참기 힘든 때가 좋은 벗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입니다.

2월 27일(금)

오늘도 편안하게 쉬는 날입니다

양배추가 도착했습니다 한 망에 양배추 세 개씩 들어있습니다 00포기입니다 맛있게 요리해서 우리 손님들 대접도 하고요 이웃들과 나누기도 하고 그럴 것입니다.

지난 24일 서울에 사시는 예쁜 분이 민들레국수집에 봉사하러 오셨습니다 그날 대성씨와 함께 지낸 일을 블로그에 올린 예쁜 글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00과 같이 민들레국수집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원래 10시까지 동인천역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버스를 놓치고, 지하철을 놓치고, 지하철에서 책 읽다가 환승정거장 놓치고 그래서 11시 10분에 도착했다 00은 봉사활동에 지각해 보기는 처음이다 민망하다 며 나를 타박했는데 진짜 할 말 없다.

내가 처음 대성아저씨를 못 알아보고 성함을 여쭤보자 "노숙자예요" 대답하셨다.

이 열심히 일하고, 깔끔 떨고, 책임감 강하고, 성실하기 이루 말할 데 없으신 어른이 한 때 인생 밑바닥의 노숙자이자 알콜 중독자였다고 누가 믿을까.

처음에 우리에게 일 제대로 하라고 날카롭게 말씀하시다가도 다시 와서 미안하다는 듯 부드럽게 말씀하시고 (정작 나와 00은 아무 상처 안 받았음) 그걸 몇 번 반복하는 대성아저씨 때문에 내가 웃었다.

말은 날카롭게 하셔도 사실은 마음이 참 여리고 정이 많으신 분임을 알 수 있었다.

첫 대면 치곤 대성아저씨랑 많이 친해졌다

나는 대성아저씨가 정말 너무 존경스러웠다

망가질 대로 망가졌던 그 밑바닥에서, 상황이나 육체 뿐 아니라 의지, 희망, 미래, 건강, 정신이 완전히 박살났던 그 밑바닥에서 우뚝 일어나서 이렇게 자활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쉼없이 일하시고, 따뜻한 정을 남에게 베푸는 모습이.

안 받아 본 사람은 베풀 줄 모른다고 한다

대성아저씨도 민들레국수집에서 받아본 게 전부인데, 그게 얼마나 큰 것이었길래 대성아저씨를 여기까지 이끌어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