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상자 하나를 들고 민들레국수집에 오신 분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함께 식사하다가 사무엘 형제님과 다투었던 분입니다 옛날 유명한 양모씨를 생각나게 하는 사람입니다 몇 번이나 출입금지를 당했습니다 지난 번에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밥 먹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약속하고선 또 왔습니다 사과 상자에서 바나나 한 손을 꺼내더니 저에게 내밉니다 받을 수 없습니다 받았다가는 바로 코걸이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사과 상자 안에는 먹을 것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밥을 좀 먹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아니 지난 번에 약속하고선.. 막아섰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합니다 텔레비전에 한 번 나왔다고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냐고 합니다 한참을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퍼부으며 떠들다가 제풀에 지쳐서 떠나갔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 살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오신 분입니다 다리가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멀리서 오십니다 아주 편식이 심하신 분입니다 네 번에서 다섯 번 정도 접시에 음식을 담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첫번 째에는 밥은 담지 않고 반찬만 가득 담습니다 반찬만 드시다가 비워지면 밥과 반찬을 담습니다 마지막에는 가슴을 치면서 드십니다 그렇게 안 드셔도 괜찮은데...

민들레의 집에 오신 분도 많았지만 가슴아프게 떠난 분도 많습니다 9세인 신근철 씨도 그냥 그렇게 떠나났고요 24세인 한규원은 어쩔 수 없이 떠나 보냈고요 7세인 영희씨는 받아들일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민들레의 집에 받아들이지 못했고요 안타깝습니다.

안타까움도 많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일도 있습니다 지난 해에 민들레식구가 된 재석씨네 가족은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와 함께 네 가족입니다 방 두칸 지하 빌라 얻었는데 참 잘 지냅니다 아이들도 맑아졌고요 재석씨는 배가 나왔고, 영미씨도 많이 편해졌습니다 보증금 백만 원을 매달 십 만원씩 갚았는데 지난 달에 다 갚았거든요 그런데 어제 후원금 십만 원을 가지고 왔습니다 너무 이뻐서 반 뚝 갈라 아이들 맛있는 것 사주기로 했고요 앞으로도 매월 쌀과 밑반찬 나눠가지기로 했고요 선풍기도 한 대 나눠드렸습니다 아주 기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