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0일 저녁에 고목사님께서 선물을 가져오셨습니다 정말 제대로 손질이 잘 된 00 입니다 고기의 핏물을 빼고 냉장고에 잘 넣어놓았습니다 손님이 가장 많이 오는 요일인 월요일에 잔치를 벌릴 예정입니다.

아가다 자매님께서 7월 1일 된장 풀고 고기를 잘 삶아 놓으셨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문을 닫고 봉사자 분들은 모두 보내고 혼자서 고기 손질을 해 놓았습니다 고기는 잘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추려낸 뼈는 된장을 조금 더 풀고 밤새 약한 불고 푹 고았습니다.

7월 2일(월) 잔치를 벌이는 오늘 아침에 빗소리에 잠을 깨었습니다 우리 손님들 밤새 비맞느라 잠도 못 잤을텐데.. 이제 행복했던 노숙생활도 끝입니다 장마지고 모기가 생기면 밤에 잠자기는 틀렸습니다 집의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을 처리하고 서둘러 국수집으로 왔습니다 오전 여덟 시입니다 뼈가 아주 잘 고아졌습니다 먼저 밥을 하고 반찬을 차리고는 토란대와 고사리와 버섯을 사러 나물가게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토란대도 사고 팽이버섯도 사고 고사리도 듬뿍 샀습니다 국수집으로 돌아오니 월요일 봉사자인 옥련동 민들레의 집 식구인 종석씨와 선호씨가 와 있습니다 아직도 아홉 시 반인데도 비맞으며 손님들이 일찍 왔습니다 아마 밤에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배는 더 고파서 일찍 온 모양입니다 저는 00 탕을 끓이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선호씨에게 손님 시중을 들도록 했습니다 00 탕이 되기 전에 우리 손님들이 드실 국은 사골 곰국입니다 또한 00탕을 못 드시는 분을 위한 곰국입니다 파 송송 썰어서 듬뿍 담아드리면 밥 말아서 아주 맛있게들 드십니다.

토란대와 고사리는 물에 잘 씻은 다음에 4-5센티 길이로 잘라 국에 넣었습니다 대파도 듬뿍 넣었습니다 푹 끓인 다음에 깻잎과 팽이버섯을 넣고 된장을 조금 더 풀고 간을 맞춘 다음에 어제 손질해 둔 고기를 전부 국솥에 넣어서 한소큼 끓이고 불을 줄였습니다 작은 솥으로 옮겨 담고 우동 대접에 듬뿍 담아서 손님들께 드렸습니다.

처음 00 탕을 받은 사무엘 형제가 한 수저 맛보더니 전화를 합니다 빨리 와서 00탕 먹자고요 친구분이 번개처럼 달려았습니다.

오늘 봉사자는 데레사 수녀님과 아가다자매님과 바울라 자매님 그리고 베드로 형제님입니다 수녀님께서 우리 손님들께 00탕 대접을 날라드리는 시중을 들었습니다 종석씨는 쉴 틈없이 설거지를 했습니다.

트럭에 마늘을 싣고다니면서 장사하시는 분이 마늘 한 접 내려놓으시고 가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마운 자매님께서 임금님표 쌀 20킬로 한 포대를 매달 보내주십니다 고맙습니다.

그 많은 국이 다 나갔습니다 오후 4시 0분입니다 문닫을 시간이 0분 남았습니다 보통 때는 이때쯤 손님이 끊깁니다 밥도 5인용 밥솥이 한 솥이나 있어서 밥을 더 할 준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줄을 섰습니다 눈깜짝할 새 밥 한솥이 다 나갔습니다 그런데도 몇 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언맘께서 비상시에 쓰시라면서 햇반 몇 개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셨는데햇반이 바상식량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제 다섯 시가 지나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한 손님이 달려옵니다 밥은 떨어졌고 국은 있는데 국이라도 드시겠나니까 국이라도 먹겠다고 합니다 밤새 비 때문에 잠을 못자고 낮에 자다가 늦었다고 합니다 국만 드는 모습이 애처로와 밥그릇 하나 들고 이웃 수퍼에 찾아갔습니다.

밥좀 주세요!

한 공기 조금 모자라는 식은 밥을얻어다가 드렸습니다 국수집 차린 후 처음으로 밥이 떨어져서 이웃집에 얻으러 다녔습니다.

이백년 전에신앙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숨어 옹기 구우면서 겨우 살아가던 신앙의 선조들이 부활절에 잔치를 벌렸습니다 00탕을 끓이고 막걸리를 빗어서 부활절 잔치를 벌렸던것처럼민들레국수집의 여름맞이 잔치를 벌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손님들 여름 더위 잘 견디게 해 주십시오

문을 닫고 우리 민들레 식구들과 봉사자 분들과 저와 함께 일곱 명이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속이 시원합니다.

특종!자칭 소식가 종석씨가 화평동 냉면 한 그릇 반을 드셨습니다 더 특종은 며칠 전에는 죽어도 먹지 못한다던 추어탕을 드셨고요 오늘은 오십 평생 처음으로00탕도 한 대접 뚝딱 드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