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남이란 없습니다 신영복 선생께서 쓰신 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세상에 남이란 없습니다

어떤 손님이 오셨습니다 처음보는 분입니다 그런데 무표정한 얼굴로 밥솥만 봅니다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저 밥을 풉니다 반찬을 담습니다 국을 드릴까요 물어보았더니 싫다고 합니다.

손님은 어디서 오셨어요 처음 오셨습니까 물어봐도 들은 체 만 체입니다 그 손님 앞으로 가서 눈을 맞추면서 손님, 어디서 오셨어요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기분이 아주 나쁘다는 듯 왜 기분나쁘게 꼬치꼬치 캐묻느냐는 것입니다 남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남이야 무얼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합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남이야 굶든 말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가시라고 했습니다 남이니까...

민들레국수집에 오시는 분들은 거의가 다 남이니까 상관하지 않는 인정머리없는 세상에서 밥 한 끼니 찾아먹기 힘든 분들입니다 그런데 남이니까 자기와 상관없다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고 행동합니다.속이 상합니다 세상에 남이란 없는데...

"남이야" 이런 말이 저는 세상에서 제일 싫습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인 성욱씨가 아픕니다 의료보험에 가입이 되어있지 않기에 진찰을 받으러 갔는데 진찰료만 1만 5천원입니다 주사와 약도 보험이 안되니 비쌉니다 성욱씨가 고민인 모양입니다 덕택에 민들레국수집의 하루가 저에겐 아주 고달프게 되었습니다

일요일에는 참으로 오랫만에 혼자서 손님 맞이하고 상차려 드리고 설거지하고 그랬습니다 진땀이 났습니다 점심 무렵에 매주 달걀 두판 가져오시는 최신호님께서 거들어주러 오셨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혼자서 할 수 있는 한계가 하루 손님 60-70분 정도입니다 그런데 오전 두 시간 동안 거의 예순 분의 손님을 치렀으니 땀 꽤나 흘렸습니다.

월요일에는 인천공항 해맑음 봉사 동아리에서 거들어주러 오셨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전체를 정리하고 쓸고 닦고.. 대청소. 집이 깨끗해졌습니다 저녁은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이었습니다.

화요일인 오늘도 성욱씨가 아픕니다 오전에 나오시던 송길 아저씨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한참 혼자서 바쁠 때 아가다 자매님께서 오셨습니다 바울라할머니도 오셨고, 베드로형제님도 창영복지관에서 봉사하다가 긴급호출로 뛰어오셨습니다 오후에는 연화 새색시도 오셨고요 아롱금(대장금)도 요리학원 마치고 왔습니다 이제 제가 낮잠을 좀 자도 될 정도로 여유로워졌습니다.

아가다 자매님과 함께 성욱씨가 진찰받으러 갔습니다 행복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