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초복 잔치를 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그만 삼계탕용 닭은 우리 손님들께 한 마리씩 드린다고 해도 너무 작습니다 욕심을 내어서 큰닭을 마련했는데 너무 큽니다 혼자 드시기에는 벅찹니다 그래서 반으로 갈랐습니다 반으로 갈라도 삼계탕용 닭보다는 두세 배 정도 많은 양입니다 착하신 분이 귀한 인삼을 강화도에 가셔서 듬뿍 마련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대추도 좋은 것으로 마련해서 선물해 주셨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맘껏 드실 수 있도록 닭도 선물해주셨습니다 복 많이 쌓으실 것입니다.

7월 15일이 초복이지만 오늘 오후부터 삼계탕을 내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국수집으로 오면서 채소 가게에 들러 통마늘과 대파를 사서 왔습니다

아가다 자매님과 바울라 자매님 그리고 데레사 수녀님도 오셨고요 안지명님도 오셨고요 방년 스물 둘인 수진 양도 오셔서 도와주셨습니다

대파는 송송 썰어놓고, 인삼을 손질하고 대추는 께끗하게 씻고, 마늘도 손질해서 씻고, 닭도 기름기 걷어내고 손질해서 커다란 국솥 개를 동원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가장 큰 국솥들입니다.

찹쌀을 듬뿍 넣을까 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전에 실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찹쌀을 삼계탕에 넣을 수 있도록 닭육수로 찰밥을 지었더니 멤쌀로 지은 것처럼 담아서 드시지 못하는 불상사가 있었거든요

복날 더위에 세 국솥에서국이 끓으니 뜨거운 열기가 대단합니다 찜질방 같습니다땀을 뻘뻘^^

오늘 삼계탕은 소금간을 해서 내어드렸습니다 몇년간의 경험입니다 우리 손님들이 스스로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춰 드시도록 하면 제일 좋겠지만 한번도 제대로 드시는 경우를 못 보았습니다 오히려 간을 스스로 맞추다가 그 귀한 곰탕이나 삼계탕 또는 갈비탕을 고생하면서 맛있는 것을 최고로 맛없게 드시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후추는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넣는 분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래서 후추통을 내어놓지 않습니다 소금도 제대로 쓰시는 분이 드뭅니다 간을 맞출 때 처음에는 예상량의 반쯤만 넣어서 맞춰보고 싱거우면 조금 더 넣고 그래야 하는데 생존기술이 없어서 그냥 듬뿍 집어 넣어버립니다 그리고짜디짠 음식을 눈 딱 감고 드시는 것입니다간을 미리 약간 싱거울 정도로 해서 드렸더니 참 잘 드십니다.

다른 욕심은 거의 없는데 오직 밥 욕심 많은 우리 손님들께 제발 밥 조금만 푸세요 삼계탕을 드셔야 합니다 온종일 우리 손님들께 사정 사정했습니다 제발 고기 많이 드십시오 더 드시겠다면 원하시는 만큼 더 드립니다 제발 밥 조금만 푸세요 그래도 밥을 많이 풉니다 나중에는 한 주걱만 푸면 제발 그만 푸시라고 애걸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귀한 손님중에 최고령자이신 분은 춤 할아버지입니다 여든 여섯쯤 되셨습니다 춤을 잘 추십니다 민들레국수집이 문을 연 200년 가을쯤 오랫 독수공방을 접으시고 예쁜 할머니랑 신접살림을 차렸습니다 치아도 새로 하시고, 참 좋아하셨는데... 그만 할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껏 할머니 보살피십니다 할머니가 복이 많으신 것인지 할아버지가 복이 많으신건지 오늘 알아냈습니다 할아버지가 복 받으셨습니다 반쪽 닭이지만 엄청 큰 삼계탕입니다 할아버지 다 드실 수 있나요 많으시다면 덜어드릴께요 할아버지께서 다 드실 수 있다고 장담을 하십니다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새 할아버지가 준비해 오신 검은 비닐 봉투에 고기를 담아 당신 바지 주머니에 집어 넣으십니다 할아버지 여기는 음식 가져가실 수 없습니다 주머니에 든 것 내어 놓으십시오 했더니...

너무 맛있어서 할멈 가져다 줄려구.. 할아버지는 복이 참 많으십니다 "너무 맛있어서 할멈 가져다 줄려구..."

할아버지, 앞으로는 할머니 생각이 나서 필요한 음식은 말씀만 하셔요 도시락에 잘 담아서 드리겠습니다 비닐봉투에 담지 마시고요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합니다.

치아가 부실해서 계란말이나 프라이만 좋아하시는 성태씨 모자는 밥도 필요없다시면서 삼계탕 한 대접 잘 드셨습니다 냄비를 가져오시라고 했더니 가져오셨습니다 밤에 또 드시라고 했습니다 동네 할머니들과 나눠드시라고 큰 냄비에 담아서 할머니들께 드렸습니다 찬희네는 듬뿍 통에 담아서 가져다 드렸습니다 내일은 초복 잔치 제대로 할 것입니다 오늘은 전야제고요.

중복은 7월 25일입니다 착하신 분이 중복때는 당신이 닭을 40킬로 내시겠다고 합니다 삼계탕으로 끓이기는 모자라니 닭육개장으로 끓여 손님들께 드리면 좋겠다고 합니다 종복까지 마련해 놓아서 마음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