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입니다 겨우내 교회 옆에서 노숙을 해서 마음 졸이게 하던 기영 씨가 큰소리로 900원을 내 놓으라는 것입니다 정근 씨에게 900원을 주었는데 정근 씨가 사라져버렸으니 민들레국수집에서 900원을 내 놓으라는 것입니다.

정근 씨가 왜 900원을 가지고 사라졌을까

아마 기영 씨가 몸집이 작은 만만한 정근 씨에게 900원을 주면서 이슬 한 병 사오라고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않고서야 술을 정근 씨보다 더 좋아하는 기영 씨가 900원을 정근 씨에게 줄 이유가 없습니다 900원을받아든 정근 씨는 참으로 난감했을 것입니다 술을 사 오자니 00원이 모자라고 900원으로 술을 안 사다주면 기영 씨에게 혼날 것 같고 그래서 900원을 들고 줄행랑을 친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아직까지 정근씨가 민들레국수집에 나타나질 않고 있습니다.

900원을내놓으라는 기영 씨에게 900원을 받으면 앞으로 국수집에 식사하러 올 때 매 끼니마다 900원씩 돈 내어놓고 드셔야합니다 엄포를 놓았습니다 앞으로 900원씩 내고 밥 먹을테니까 빨리 900원을 내 놓으라고 합니다 900원을 드렸습니다.

밥보다 이슬이 급했나봅니다 900원을 받아 든 기영 씨가 00원을 보탠 영태 씨와 함께 이슬 한 병 사서 둘이서 나눠먹고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면서도 기영 씨가 밥 먹으러 들어오질 못하고 있습니다들어오기만 하면 900원 내 놓으라고 해서 골탕먹여야지 벼르고 있는데도들어오질 않습니다 점점 걱정이 됩니다.

일요일에는 밥 먹을 만한 곳이 없는데 근처에 어슬렁거리면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화도진 공원에서 맥없이 앉아있는 기영 씨를 찾아갔습니다 900원 안 받을테니까 그냥 밥 먹으러 오라고 해도 싫다고 합니다 밥 먹으러 와야할텐데 이슬만 찾고 있습니다 정근 씨는 오늘도 나타나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