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민들레국수집의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용현동 성당 예수살이 두레모임인 아모스 두레 두 명의 배동이와 민들레 식구인 성욱씨와 민들레국수집의 VIP인 보봉씨와 화평동의 삼미냉면에 갔습니다.

화평동에는 세숫대야 냉면이라고도 하는 냉면집이 많이 있습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싼 값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숫대야 냉면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세숫대야만큼 큰 그릇에 듬뿍 담긴 냉면이 한 그릇에 ,500원입니다 사리는 몇 개를 더 먹어도 돈을 더 내지 않습니다 겨자씨의 집을 할 때 정환 형제는 이곳에 오면 세숫대야 냉면을 한 그릇 먹고도 모자라 사리는 세 개나 더 먹곤 했습니다

삼미냉면은 민들레국수집이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육수를 만들고 나오는 닭고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어찌나 맛있게 들곤 했는지.. 그래서 여름철에 시원한 냉면이 생각나면 꼭 삼미냉면에 가서 먹곤 합니다.

새로운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된 보봉 씨는 서른 여섯입니다용산역 근처에서 노숙을 합니다 용산역에서 전자상가 가는 길의 지하 통로가 잠자는 곳이라고 합니다 노숙을 하게된지 벌써 두 해가 조금 넘었다고 합니다 지난 겨울부터 용산에서 이곳까지 식사하러 왔습니다 얼마 전에 민들레 식구가 될 마음이 없는지 물어보았더니아직도 살아갈 힘이 있는데 미안해서 기대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안산에 아는 형이 있는데 그곳에 방을 써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곳에서 살면서 막노동을 나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영 눈치가 보여서 그곳에서 지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새벽 일찍 일하려고 나가보아도 며칠째 일거리가 없습니다 허탕만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7월 1일까지는방을 구해볼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더니 고맙다고 했습니다.

삼미냉면에서 소주 한 병을 시키면 안주로 삶은 달걀을 반으로 갈라 네 쪽을 공짜 안주로 주십니다 소주값도 거의 받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봉 씨는 오늘은 어디서 잘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용산역 지하통로에서 잘 것이라고 합니다 그냥 바닥에 자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근처에 이 마트가 있어서 종이 상자를 구하기가 쉽다고 합니다 그러면 오늘부터 성욱씨 옆 방에서 지내면 곧 방을 구하는데로 이사하면 되는데.. 이삿짐은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지금 가지고 있는 작은 배낭이 전부라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는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성욱씨가 힘들텐데 하면서 걱정을 합니다 전에 용산에서 셋이 함께 잤는데 일어나보니 다들 없어졌다고 합니다 코고는 소리에 곁에서 다른 사람이 잘 수 없다고 합니다 혼자 자는 방이니까 상관없다니 그제야 안심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 민들레국수집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데 성욱씨가 왔습니다 어제 저녁 7시 0분부터 보봉 씨가 잠을 자는 데 지금껏 곤하게 한번도 깨지 않고 드르렁거리면서 자고 있다고 합니다

노숙하는 이들의 소원이 잠 한 번 실컷 자보는 것입니다

오전 10시쯤 보봉 씨가 훤해진 얼굴로 올라옵니다 정말 단잠을 잤다고 합니다 이제 보봉 씨가 살 방도 구하고 살림살이도 하나씩 마련해서 살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패자부활전을 멋지게 치르게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