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한지 꽤나 되었지만 아직도 술주정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난감합니다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술에 취하면 그동안 억압되었던 것들이 전부 터져나오는 것 같습니다.

오전 아홉 시에 국수집을 열고 쌀을 씻기 위해 담고 있는데 손님이 오셨습니다 술에 취했습니다 준비가 안 되었으니 조금 있다가 오라고 했습니다 쌀을 몇 컵 담았는지 잊어버렸습니다 다시 통에 붙고 처음부터 다시 쌀을 컵으로 세며 담고 있는데 이번에는 라이타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담배를 안 피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숫자를 잊어버렸습니다 다시 쌀을 통에 붓고 처음부터 다시 담았습니다 담고 있는데 또 라이타를 달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들은척만척 열넷까지 헤아려서 담았습니다 자기를 무시한다고 화를 냅니다 빨리 밥을 해야하는데 자꾸 말 시키지 말라고 했습니다 조금 전에 담배를 안 피우기 때문에 라이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또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습니다 열 시쯤 오라고 곱게 돌려보냈습니다.

반찬 준비를 하고, 묵은 김치 한 통을 꺼내고 재워둔 돼지고기도 꺼냈습니다 돼지고기 김치 볶음을 만들것입니다 오전 내내 땀흘려가면서 성공적으로 돼지고기 김치볶음을 만들었습니다

한가한 틈을 타서 봉사자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거의 다 먹었을때 아침에 와서 번잡스럽게 했던 손님이 또 왔습니다 우리 식사가 곧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욕을 합니다 욕을 듣고 보봉 씨가 왜 욕하는지 따졌습니다 온갖 욕을 합니다 자기들처럼 불쌍한 노숙자들 밥을 줘야지 왜 자기들만 먹느냐는 것입니다 골프 선수가 오천먼 원이나 보내줬는데 왜 밥을 안 주느냐며 온갖 욕을합니다 밖에 말리기 위해 널어놓았던 커다란 도마를 들고 위협까지 합니다.

너무 속 상하고 또 속 좁은 밴댕이라서그만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오후 시까지 문을 열지 않겠다고 하고선 이층에 올라가 누웠습니다 속이 부글거립니다 오후 1시가 되니까 손님들이 배고플텐데.. 내려왔습니다 손님들이 몰려옵니다 오후 시까지는 문을 열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만 마음이 약해져서 문을 열었습니다.

두 시쯤 되었는데 술주정하던 손님이 또 왔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선 때릴듯이 위협을 합니다술 깬 다음에 올고 했습니다 계속 욕지거리를 하자 다른 손님이 겨우 설득해서 데려갔습니다

술 깬 다음에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기억조차 못하고 또 식사하러 올 것입니다 한 번은 굶겨야겠습니다 그래야 고소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민들레국수집의 후원자이기도 한 한마음회 십주년 잔치를 삶창에서 한다고 합니다 십년 전 요즘에 만수동 수도원 골목길에 있는 이서방 치킨 에서 동네 분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동네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모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모임 이름은 한마음 정육점 이 있어서 한마음 회 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성별과 종교 불문 회비는 낼 수 있는 사람은 내고 형편이 어려우면 안 내어도 괜찮고 한 해 마지막에는 남은 돈은 전부 털어서 어려운 이웃에게나눠드리고 새롭게 시작하기로 하기로 했습니다 한마음회에는 처음 4명의 창립 멤버 중에 두 분이나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