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한 기분입니다 오늘만 손님들 대접을 하면 내일부터는 한 동안 본업에 복귀할 것입니다 내일은 베로니카와 함께 인천을 떠나서 청송, 부산, 목포, 광주 교도소를 거쳐서 베로니카의 동생들을 면회하러 다니는 여름 휴가입니다 며칠 동안 교도소의 동생들에게 나눠 줄 선물들을 한아름 준비하고 있는 베로니카의 모습은 방학을 앞 둔 아기 같습니다

어제는 베드로 형제님이 설거지를 거들어주시러 오셨습니다 온 종일 설거지를 하셨습니다 아오스딩 형제님은 거의 다섯 판의 계란을 프라이를 해서 손님들께 대접했습니다.

손님들이 자기들끼리 쑥덕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오늘 음식은 오천원짜리보다 나은데..."

이런 소리가 제일 듣기 좋은 소리입니다.

김종석 씨 누나가 오셔서 종석 씨를 데려가셨습니다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는지 누나에게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떼를 썼나봅니다 21개월 가량 민들레식구로 지냈는데 떠났습니다.

선호 씨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성욱 씨와 보봉 씨가 어제 저녁 옥련동 민들레의 집으로 갔습니다 강아지들이 오래 굶은 것 같았습니다 늦게까지 대청소를 하고 오늘 아침에 국수집으로 왔습니다

오늘은 냉장고 정리도 해야합니다 또 말복이기도 합니다 돼지고기 듬뿍 넣고 김치 볶음도 만들었습니다 열무김치, 파김치, 무짠지, 명란젓, 청양고추, 쌈장, 계란 프라이, 고등어 튀김입니다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 밥솥이 뜸 들 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이렇게 잘 드시는 분을 남겨두고 교도소로 돌아다니는 것이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일년에 한 번 손꼽아 만날 날을 기다리는 장기수 형제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합니다.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멋진 학생들이 손님 접대하고, 설거지 하고, 계란 프라이를 하고 따뜻하게 손님들 대접도 잘 합니다.

비가 하염없이 내립니다 여름 휴가를 망친 사람들도 많겠지만 하루 일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끔찍한 시절이기도 합니다 팔월에 들어와서 막노동 해 본 날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새벽에 나가서 계속 허탕을 맞으니 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며칠 굶고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는 새로운 손님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