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매년 여름휴가를 갑니다 푹 쉬었다가 오라고들 합니다 그렇지만 저의 여름휴가는 다른 여름휴가입니다 저의 베로니카와 함께 가는 여름휴가입니다 베로니카가 동생으로 삼은 감옥에 있는 형제들을 함께 만나러 가는 여행입니다 청송교도소를 시작으로 목포교도소와 광주교도소 그리고 서울 구치소에 흩어져서 외롭게 옥살이를 하고 있는 형제들을 만나는 것이 우리의 여름휴가입니다.

청송에는 제가 자매상담을 하면서 만나는 형제들이 청송2교도소에는 일곱 명, 청송교도소에는 15명이고 청송교도소에는 15명입니다 교도소에서의 자매상담은 천주교와 불교 그리고 개신교에서 소그룹으로 15명에서 7명 정도를 한 그룹으로 해서 매달 고정적으로 만나서 신앙공부를 하고 상담을 합니다 그리고 간단한 음식을 나누고, 영치금도 넣어주면서 감옥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청송교도소에는 가난한 농촌교구인 천주교 안동교구에서 천주교 신자들인 재소자들을 위한 사목을 합니다 너무형편이 어려워서거의 최소한의 활동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개신교 측에서는 청송교도소에서 자매상담팀이 거의 서른 팀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천주교에는 겨우 두 팀뿐입니다 두 팀 중 한 팀을 제가 맡고 있습니다.

청송교도소는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참 멉니다 매달 두 번 청송교도소를 왔다가 갑니다 새벽 4시쯤 인천을 출발해서 형제들을 만나고 인천으로 돌아가면 밤 9시 정도가 됩니다 제가 직젖ㅂ 승용차를 몰고 왕복을 합니다.

여름휴가 때는 아주 즐겁습니다 베로니카와 함께이기 때문입니다 15일 오전 11시에 인천을 출발했습니다 여주까지는 약간 길이 막혔습니다 여주부터 중앙고속도로로 들어가기까지는 강원도로 휴가를 떠나는 차량 때문에 지체가 심하다는 안내에 여주에서 중부내륙고속국도를 타고 문경새재로 나와서 예천을 거쳐서 안동까지 왔습니다 안동에서 헛제사밥을 먹고 청송 읍내로 와서 여장을 풀었습니다

16일에 함께 청송 교도소 자매상담에 들어가실 청송성당의 아우구스띠노 수녀님과 만나서 차 한 잔의 나눔을 가졌습니다.

여름이라서 교도소 측에서 자매상담 때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음식 제한을 합니다 상하지 않는 과자와 과일만 가져오라고 합니다 떡도 빵도 안된다고 합니다 생일을 축하해야하기에 케이크 두 개는 허락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우리 형제들에게 선물해 줄 것들을 챙겼습니다 예쁜 수건 서른 다섯 장, 양말은 팔십 컬레, 티셔츠 15개를 준비했고요 케이크 2 개, 초코렛과 사탕과 과자와 음료수와 바나나 그리고 더위사냥 20개 등등1만원어치, 복숭아 0킬로 1 상자를 준비했습니다 좀 더 가지고 들어가면 참 좋겠는데.. 복숭아가 아주 싱싱합니다 0킬로를 번쩍 들었습니다 허리 아픈 줄도 모르겠습니다.

교도소 내정문 앞에 준비해 간 물건을 내려놓고 차를 주차시키고 들어갔습니다 신분증과 전화기는 교도관에게 맡기고 출입증을 받아서 가슴에 찾습니다 교육교화과에서 나오신 계장님이 방문자의 명부를 보안과로 가져가서 승인을 받고 함께 교화과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꼴베 형제가 손꼽아 누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꼴베 형제를 통해서 세 명의 형제들이 베로니카의 동생이 되었습니다 무기수인 보니파시오 형제, 20년형을 받고 이제 십 년을 산 베드로 형제, 글을 몰라서 글을 가르치기 위해 동화 필사하게 하고 있는 바오로 형제입니다.

청송교도소의 박 꼴베(세례명) 형제는 마흔 일곱 살입니다. 1990년 강도 혐의로 20년 6월형에다가 감호 7년을 선고받고 청송교도소에서 17년째 복역 중입니다 지금은 1급 모범수입니다 꼴베 형제는 1995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달 한 번 이상은 청송교도소로 면회를 갔습니다. 편지도 계속 주고받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베로니카와도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꼴베 형제는 항상 어머니께 효도하지 못한 것을 가슴아파 했습니다. 그래서 어버이날이 되면 꼴베 형제의 어머니를 모셔다가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저녁식사 대접을 해 드렸습니다. 2002년에 아들 때문에 심장병을 앓으셨던 꼴베 형제의 어머님이 임종하실 때는 제 손을 꼭 잡으면서 아들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재소자들과 방문자들은 교도관의 동행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교육교화과에 가서 기다리면 교도관들이 형제들을 한 분씩 모셔옵니다. 재소자는 교도관과 동행하지 않고는 다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에어컨이 있는 상담실에서 형제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준비해 간 더위사냥을 녹기 전에 드시게 한 다음에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몇 명의 형제들이 얼음과자를 드시지 못합니다 치아가 시려서 녹여서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성경공부를 하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준비해 간 케이크에 촛불을 켰습니다 8월 14일이 막시밀리안 꼴베 성인 축일이기에 꼴베 형제님 축하하기 위해서입니다축하노래 부르고 촛불 끄고, 수녀님과 베로니카께서 형제들이 편하게 드실 수 있도록 나눴습니다 크림이 잔뜩 덮힌 케이크 맛이 꿀맛이라고 합니다 저는 음식을 준비할 때 이왕이면 교도소에서는 먹어보지 못하는 음식을 준비해서 가져갑니다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 가슴이 뭉클합니다. 꿀맛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아주 조금씩만 드십니다. 남은 것은 모임에 나오지 못하는 동료들과 나누고 싶어서 먹고픈 유혹을 꾹 참습니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어느새 오후 세 시 이십 분입니다 지키고 있던 교도관이 너무 오래한다고 눈치를 줍니다 바오로 형제가 재미있게 마침기도를 하고 다음달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교도소 내정문을 나와서 민원실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제가 만난 형제들에게 영치금을 조금씩 넣어드립니다.
꼴베 형제의 영치금은 몇년째 ‘0원’입니다. 자기 몫의 영치금을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할아버지 재소자에게 넣어주기 때문입니다. 꼴베 형제는 청송교도소 제8작업반의 반장입니다. 종이 쇼핑백 가방을 만듭니다. 반장이라서 작업수당이 많습니다. 월 7만원 정도 받습니다. 보통은 이삼 만원을 받기가 힘이 듭니다. 17년이나 모아온 작업수당도 ‘0원’입니다. 200년에 민들레국수집의 후원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프면 다른 마음을 먹고 범죄에 빠지기 쉽다면서 얼마 안되지만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고 나쁜 생각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지금껏 150만원도 넘게 보내왔습니다.
꼴베 형제는 이젠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라고 합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오전 9시에 작업을 시작해서 오후 4시에 마칩니다. 작업수당을 모아서 노숙자들의 배고픔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일을 합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느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출소하는 날까지 노숙자 분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은 죄의 댓가이기보다 사회에 보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라고 꼴베 형제는 말합니다.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은 청송 교도소에는 재소자의 10% 정도인 200여명 정도가 빈털털이입니다 법자라고들 합니다 법무부 자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자매상담 팀에 들어오려고 무척 애를 씁니다 그러다보니 염불보다 잿밥에 욕심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천 원에서 만 원 정도를 받는 데 목숨 거는 것입니다 별이 스무 개나 되는 노인들은 정말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베로니카의 동생들인 네 명은 자기들이 받을 영치금을 빈털털이 노인들을 위해 기꺼이 양보합니다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우리 형제들 특히 꼴베 형제를 만나면서 진흙연못에 핀 연꽃을 보는 행복을 누립니다

무기수인 형제를 만나러 목포교도소를 갔다가 또 무기수인 형제를 만나러 광주교도소를 들러야 합니다 그 사이 사이에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빠져볼 것입니다